내 취향의 형태를 다듬는 왁스카빙
글/사진. 정보보호분석평가팀 박한울 계장
왁스카빙을 통해 나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왁스로 본 떠 주무르고,
깎아내고, 갈아내며 형태를 만들게 됩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이번 기회에 여러분도 함께 즐겨주세요!
왁스카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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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카빙 작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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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카빙은 금속공예의 일종으로 왁스(Wax)와 카빙(Carving, 조각술)의 합성어입니다. 양초 같은 파라핀 소재의 왁스를 도구로 깎고 다듬어, 직접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 속 작업대 위의 초록색 덩어리가 왁스입니다.
금속으로 만들어낼 물체의 원본을 디자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왁스라는 재료의 특성상 금속보다 훨씬 무르기 때문에 쉽게 녹일 수도 있고, 표면을 쉽게 갈고 잘라내서 원하는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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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왁스 주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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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반지 완성
이렇게 만들어진 왁스는 주물 작업을 통해 실제 금속이 되고, 이를 세공하면 주얼리가 완성됩니다.
왁스카빙을 배우게 된 계기
몇 년 전 SNS에서 매우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보고, 언젠가 사야겠다고 마음먹으며 해당 계정을 팔로우했습니다. 이후 그 계정의 작가님께서 공방을 열어 왁스카빙 클래스를 진행하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작가님께 연락드렸고, 이때부터 왁스카빙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왁스카빙에 필요한 도구 소개
왁스카빙의 무궁무진한 재료 중, 많이 사용하는 몇 가지의 재료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왁스카빙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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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왁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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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표면을 갈아낼 때 사용하며 평줄, 반원줄, 표면이 거친 줄과 매끈한 줄, 좁은 줄과 넓은 줄 등 다양한 모양과 크기가 있어 필요에 맞게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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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조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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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작고 날카로워 왁스에 모양을 파내거나 글씨를 새기거나 인두기로 올려놓은 왁스를 다듬는 등 정교한 작업에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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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핸드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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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밟으면 드릴처럼 고속으로 돌아가는 도구입니다. 핸드피스 날을 바꿔 끼워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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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인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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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왁스 위에 다른 왁스를 올려 입체감을 줄 때 주로 사용합니다. 또 실수를 만회할 때도 사용합니다. 인두기로 왁스를 녹인 후 다시 갈아내어 실수 전 초기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왁스줄과 핸드피스의 용도는 비슷합니다. 모두 다양한 크기가 있어, 때에 따라 더 편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 거친 핸드피스로 미리 정해놓은 경계로부터 1~2mm 정도만 남을 때까지 왁스를 모두 깎아내고, 왁스줄로 경계에 맞게 모양을 갈아낸 뒤 얇은 핸드피스 날이나 왁스줄로 표면을 정리합니다.
이외에도 반지 크기에 맞게 왁스 안을 갈아내는 리마, 왁스 덩어리를 잘라내는 줄톱, 반지의 두께를 정해주는 컴퍼스 등을 상황에 맞게 사용합니다.
왁스카빙 과정
액세서리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왁스카빙, 주물, 세공’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왁스카빙과 세공을 직접 진행합니다. 왁스카빙에 정해진 과정은 없고, 단순히 만들고 싶은 모양을 만들면 됩니다.
제가 만들었던 펜던트들의 작업 과정을 보여드리면서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몇 주간에 걸쳐 만들다 보니 한 작품에 대한 모든 과정을 찍기가 힘들어, 여러 작품의 작업 과정 사진으로 설명해 드리는 점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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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왁스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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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잡은 모습
디자인을 구상했으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로 왁스줄과 핸드피스를 이용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왁스를 줄톱 등으로 잘라내고, 표면을 다듬는 과정입니다. 저는 주로 경계에 가까워질 때까지 핸드피스로 거칠게 깎아주고 왁스줄로 깎아낸 부분을 정리해 줍니다. 왁스의 두께가 원하는 것보다 더 두꺼운 경우 거친 왁스줄로 밀어 얇게 만들어줍니다.
이때 형태를 네임펜이나 샤프 등으로 살살 그려줘도 괜찮습니다. 줄로 표면을 갈아주면 스케치가 깨끗하게 지워집니다. 둥글거나 네모난 형태를 원할 시에는 모양 자를 사용해서 스케치를 해주기도 합니다.왁스카빙 작업 영상
형태를 어느 정도 잡아줬으면 보다 세밀한 작업을 진행할 차례입니다. 인두기를 이용해 왁스를 올리고, 조각도로 모양을 만들거나 글자를 새겨주는 작업입니다. 작업 도중 글씨를 잘못 새기는 등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인두기로 왁스를 올려 수습하고 다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태가 완성된 왁스
이후 마지막으로 면을 더 매끈하게 정리하면 왁스카빙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글로는 짧게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보통 2cm 내외의 작은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굉장히 세밀하고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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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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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 결과물
왁스로 만들어낸 모양을 실제 금속으로 뽑아내는 단계입니다. 왁스를 감싸는 석고 틀을 만들고, 석고에 열을 가해 왁스를 흘려보낸 뒤 은을 녹여 석고 틀 안에 부어 굳히는 과정입니다. 주물 과정은 직접 하지 않고, 공방에서 일괄적으로 주물집에 주물을 맡기는 편입니다. 주물비(은값)은 생각보다 굉장히 저렴한, 펜던트 하나당 5,000~10,000원 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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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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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질하는 모습
주물을 맡긴 결과물은 아직 표면이 정리되지 않은 거친 상태입니다. 세공 작업은 이 결과물의 금속 표면을 다듬고 피니싱 처리를 해주는 과정입니다. 먼저 표면을 사포질해 매끈하게 만들고, 흠집들을 제거하기 위해 핸드피스에 사포바를 끼워 사포질을 해줍니다. 이후, 바렐기에 넣어 연마 작업을 해주면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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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질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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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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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저는 빈티지 느낌을 좋아해 추가로 유화 작업을 자주 해주는 편인데, 유화 약품이 담긴 통에 작업물을 넣어 착색시킨 뒤 표면을 벗겨주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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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품 소개
평소 핀터레스트를 통해 만들고 싶은 액세서리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지만, 그보다 직접 제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제가 구상하고 만들었던 작업물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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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색 포인트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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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어려웠던 초록색 포인트 반지
제가 맨 처음 작업한 작품입니다. 처음 갔을 때 반지가 가장 쉬울 줄 알고 단순한 모양의 반지를 먼저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손가락 크기에 맞춰 왁스도 파내야 하고, 균형 있게 두께를 맞춰 다듬어야 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제 작품 중에서 은을 비롯한 다른 재료들도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많이 묵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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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호텔 도어사인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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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DO NOT DISTURB’ 기능
올해 여름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너무 피곤했을 때, 기내식도 먹지 않고 자고 싶어 화면의 ‘DO NOT DISTURB’ 버튼을 눌렀습니다. 방해를 원하지 않는다는 ‘DO NOT DISTURB’에 호텔 도어사인 모양까지 더해지면, 의미가 더 정확하게 전달될 것 같아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매력적인 도어사인 목걸이
글씨를 기계로 각인할 수도 있었는데 조금 삐뚤빼뚤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직접 글자를 새겼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되는 왁스에 작은 글씨를 새겨넣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계속 새기고 지워내기를 반복하느라 몇 주 동안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착용했을 때의 느낌이 훨씬 좋은 목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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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유령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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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재탄생한 빈티지 목걸이
지금까지 만든 모든 결과물 중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새 작품을 만들러 공방에 가는 길, 아이디어가 없어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좋아하는 유령을 빈티지 느낌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 바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매끈한 타원 모양이었는데 빈티지 느낌을 내려고 일부러 테두리도 조금 울퉁불퉁하게 다듬었습니다. 원하는 느낌이 거의 완벽하게 표현되어 만든 후에도 가장 잘 착용하고 다니는 목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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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카빙의 매력
왁스카빙은 스스로 원하는 디자인을 하나하나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내가 구상한 모양을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진전이 눈에 보이는 것이 재밌습니다. 조용한 공방에서 몰입하고 있는 동안에도 머리를 비울 수 있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힐링 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또 무엇보다도 제가 직접 만든 목걸이가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뿌듯할 수 없습니다ㅎㅎ.
요즘에는 다양한 왁스카빙 공방에서 원데이클래스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처음 도전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나만의 디자인을 작품으로 만들어냈을 때의 그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왁스카빙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