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2

알아두면 쓸모 있는
법률 뉴스레터 4편

. 오승석 법무실 계장

골프공에 사람이 맞으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까?
골프장 타구 사고와 관련된 과실치상 및 업무상과실치상 판례

“박태환이 친 골프공에 맞았다”

최근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이 2년 전 골프 경기 도중 옆 홀에 있던 경기자를 골프공으로 맞혀 눈과 머리를 다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이 이슈가 된 적 있습니다. 박태환은 2021년 11월경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티샷 실수를 해 옆 홀에 있던 피해자의 안구와 머리 부위를 다치게 하여 피해자는 박태환을 과실치상으로 고소하였으나,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박씨가 친 공에 피해자가 다친 것은 맞지만 당시 캐디의 지시에 따라 타구한 점, 아마추어 경기에서 슬라이스가 발생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피해자는 망막이 찢어져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과실치상’과 ‘업무상과실치상’이란?

‘과실치상’이란 과실로서, 즉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과실(주의의무 위반)’은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함으로써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인식했더라도 죄를 저지를 마음이 없었던 경우를 말합니다.

한편,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죄를 ‘업무상과실치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업무’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따라 계속해서 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업무의 범위에는 직업뿐만 아니라 운전(놀러 가려고 운전하는 경우더라도), 비영리성 행위도 포함됩니다.

형법 제266조(과실치상)

  •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 제1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제268조(업무상과실 · 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골프공에 사람이 맞으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우리 원에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프의 위험성은 풀스윙 시의 갈비뼈 및 허리 부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최근 골프 경기 중 타격자가 친 공에 동반자 또는 캐디(경기보조자)가 다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판결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판례① 소개

캐디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에 해당

  • 캐디 이피고

  • 경기자 박타격

  • 경기자 김피해

2021년 10월경, 캐디 이피고(가명, 이하 생략)는 경기자 박타격(가명, 이하 생략)과 김피해(가명, 이하 생략), 그리고 두 명의 경기자를 카트에 태우고 골프 경기를 진행하였습니다. 경기 진행 중 제8번 홀에서 경기자 박타격, 김피해, 그리고 경기자 두 명이 차례로 티샷을 하였고 박타격이 친 공이 페어웨이(티 그라운드와 그린 사이의 잔디가 짧게 깎인 지역) 왼쪽 카트 도로 바깥에 떨어졌으며, 김피해가 친 공은 박타격의 공 40m 전방에 떨어졌습니다.

이후 캐디 이피고는 경기자들과 함께 카트를 타고 박타격의 공이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골프를 해보신 분들은 자주 경험해 보셨을 텐데요, 보통 골프공이 좋지 못한 곳에 떨어지면, 캐디가 “빼놓고 치실게요”라고 말하며 치기 좋은 곳으로 던져주는 것이 미풍양속입니다. 박타격의 공도 카트 도로 왼쪽 러프에 빠져있었기에 캐디 이피고는 박타격의 공을 집어, 치기 좋은 카트 도로 오른쪽 페어웨이로 던져주었습니다.

골프장에 고객이 박타격만 있는 게 아닌지라, 캐디 이피고는 박타격에게 아이언을 건네준 후 곧장 다른 고객의 공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박타격은 아이언을 받아 힘차게 세컨샷을 하였습니다. 역시 골프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마추어에게 티샷은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티샷을 망쳤을 때 ‘공 한 개 더 친다고 생각하지 뭐’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게 되나요? 판결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어떤 상황일지 훤히 그려집니다. 박타격은 티샷을 망해서 일단 기분을 상했을 것이고, 동반자들은 박타격의 짧은 티샷을 보며 놀려댔을 것입니다.

박타격은 이를 갈며 망한 티샷을 세컨샷으로 만회하려 했겠죠?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친 샷은 잘 맞는 경우가 없습니다. 예상대로 힘이 잔뜩 들어간 박타격의 세컨샷은 티샷보다 더 심한 훅이 나며 왼편 카트 쪽으로 향하였고, 카트에 타고 있던 김피해의 눈을 강타하였습니다. 김피해는 안구 주변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판례①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1950판결)

  • 캐디 이피고는 김피해가 박타격 앞쪽에 하차하도록 카트를 정차시켰음.
  • 골프 경기 중 공에 맞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음으로, 이피고는 캐디로서 타구 진행방향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고, 김피해가 안전한 위치로 이동하도록 요구하는 등 조치했어야 함.
  • 또한 캐디 이피고는 김피해가 안전한 위치로 갈 때까지 박타격이 두 번째 티샷을 못 치도록 주의를 줬어야 함.

대법원은 예상되는 사고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등 안전한 경기운영을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캐디 이피고에 대해서 업무상과실치상을 인정하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즉, 법원은 캐디 이피고가 정차시킨 카트의 위치도 부적절했고, 김피해와 박타격에게 충분한 주의도 주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입니다.

판례② 소개

타격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
‘과실치상’에 해당

  • 경기자 최타격

  • 캐디 윤피해

또한 타격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경기자 최타격(가명, 이하 생략)은 제3번 홀에서 세컨샷을 하던 중 골프공을 멀리 보낼 욕심으로 무리한 스윙을 하였고, 중심이 무너지면서 좌측 발이 뒤로 빠져 8m 뒤에 있던 캐디 윤피해(가명, 이하 생략)를 맞혔습니다. 골프에서 골프공이 뒤로 가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왼발이 빠지며 군대 제식의 ‘뒤로 돌아!’ 자세가 되면서 타격하게 되었음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캐디 윤피해는 그 충격으로 7주간 치료해야 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판례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940 판결)

  • 골프와 같은 개인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최타격)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고 주위를 살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
  • 이러한 주의의무는 캐디(윤피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부담.
  • 경기규칙을 준수하는 중에, 혹은 경기 성격상 당연히 예상되는 정도의 경미한 규칙위반 중에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면 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경기자 최타격은 과실치상죄가 성립.

대법원은 최타격에게는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공을 뒤로 친 건 친 사람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외 판례 더 보기
  • 창원지방법원진주지원
    2022. 1. 20. 선고 2021고정260 판결

    캐디의 지시에 따라 주변을 확인 후 티샷을 하였으나 타격 중 갑작스럽게 사람이 지나가 맞은 경우, 경미한 규칙위반으로 본 판례.

  • 대구지방법원포항지원
    2013. 5. 22. 선고 2013고정32 판결

    캐디의 지시가 있더라도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티샷을 한 경우, 경미한 규칙위반을 넘어 과실치상의 책임이 있다고 본 하급심 판례.

시사점

위 내용을 살펴볼 때, 골프를 치시는 분들은 가급적 캐디의 지시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시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냉정하지만 불의의 사고 시 그 책임을 캐디에게 물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골프 경기 중 막걸리는 자유이고 그 맛 또한 몹시 달겠지만, 막상 사고를 일으키신다면 통상적인 주의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이기에, 막걸리의 대가는 가혹할 것입니다.

또한 과실치상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로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다면 공소제기가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교우관계를 원만히 하시길 바라며, 피해자의 의사표시는 1심 판결 전까지 밝혀야 하기에 만에 하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1심 판결 전까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은 형사 책임에 한한 것이기에 민사책임의 경우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전에 관련 보험을 들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