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24년 트렌드 키워드
글. 편집실
챙겨야 할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해의 경제와 생활 영역을 좌우하는 핵심 트렌드는 놓칠 수 없다. 특히 급부상하던 트렌드가 갑자기 외면받거나, 정반대되는 소비 행동이 공존하며 일관성 없이 빠르게 전환되는 이 시대에선 더더욱 그럴 테다. 다가올 2024년 트렌드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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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개인이 만드는 나노 커뮤니티
트라이브십 -
한 갈래의 메가 트렌드보다 여러 갈래의 마이크로 트렌드가 소비되는 시대. 수백수천 갈래로 세분화되고 실시간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마이크로 트렌드 속에서, Z세대를 중심으로 트라이브십(Tribeship)은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트라이브십이란, 관심사나 라이프스타일 등 자신의 개인적 지향성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부족(Tribeship)을 형성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을 의미한다. 혈연, 학연, 지연 등 기존의 공동체를 이루던 힘은 약화되고 반대로 개인의 정체성이 부각되면서 모든 가치관과 취향이 완벽하게 맞는 사람보다는 수많은 관심사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뾰족하게 맞닿은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 것. 이 트렌드는 마치 개인처럼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스몰 브랜드의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뗑킴’을 비롯한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의 스몰 브랜드가 29CM, 무신사는 물론 백화점 매출까지 견인한다. 또한 특정 지역을 탐방하거나 취향을 디깅하는 사람들이 모인 오픈채팅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거나, 인스타그램 공지 채널로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소식을 DM처럼 받아본다. ‘모임’ 서비스를 런칭하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지역 밀착 사업을 펼치는 ‘당근’과, 실시간 여행 정보 커뮤니티 ‘배낭톡’을 런칭한 ‘트리플’ 같은 기업들의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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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인간이 해내는 화룡점정
호모 프롬프트 -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인간의 독보적인 능력이라고 믿어왔던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는 존재의 등장이라니, 생성형 AI는 인간에게 혁신이자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림 하나를 그리기 위해 900번 넘는 프롬프트를 줘야 한다면, “차라리 직접 그리고 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AI보다 나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인간만이 가진 사색과 해석력은 생성형 AI와의 공존이라는 미래에 필수 역량이 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프롬프트에 따라 그 활용 수준이 결정되는데, 여기서 ‘프롬프트(Prompt)’란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즉,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통찰력과 핵심이 없는 요구만 던져대면 그 결과물도 형편없어진다. 이게 바로 AI가 “프롬프트만큼만 똑똑하다.”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그렇기에 이 시대는 ‘친AI족’을 일컫는 신조어 ‘호모 프롬프트’를 반긴다. 미래에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가 주목받는다. 갈수록 AI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체계적으로 AI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술자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목표로 삼지 않더라도, 인공지능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노를 저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호모 프롬프트’로서의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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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재미로 귀결되는 삶
도파밍 -
인간은 늘 재미를 추구해왔지만, 오늘날만큼 손쉽게 재미를 제공받고 끊임없이 재미를 원하는 일상을 살게 된 적은 없었다. ‘도파밍’은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우리에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흔히 게임에서 사용자가 캐릭터의 능력 향상을 위해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칭하는 ‘파밍(Farming)’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현시대 우리는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듯, 재미를 모으는 데 몰두하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미디어 환경이 도파밍 현상을 대표한다. 미국에서는 한 화면에 3~4개의 영상을 동시에 재생하며 즐기는 ‘슬러지 콘텐츠(Sludge Contents)’라는 유행까지 등장했다. 이 도파밍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빨리 감기 시청 습관이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일상생활에 안착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배속재생 시청이 대세가 되었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빨리 감기 시청 습관이 중독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다소 부드럽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양질의 콘텐츠가 외면받고, ‘매운맛’ 콘텐츠만 환영받게 되면, 근거 없는 가짜 뉴스와 악성 루머가 성행할 가능성도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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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페르소나 소비자
이코노-럭스 -
검소하면서도 럭셔리하고, 대중적이면서도 특별한, 지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모습을 지닌 ‘이코노-럭스(Econo-Lux)’ 문화소비자의 부상이 예견된다. 이코노-럭스 소비자란 예컨대 5천 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지만 5백만 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구입하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지닌 두 얼굴의 소비자를 말한다. 그들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역동적인 기준에 따라 합리적이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감과 행복함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MZ세대뿐만 아니라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출생한 알파 세대를 포함하는 이들이 이코노-럭스 문화소비자의 중심에 있다. 이코노-럭스처럼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취향과 선호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먹고 즐기며 괴로움은 없으면서도, 건강은 해치지 않는 손쉬운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레이지어터(Lazieter)’ 이코노미, 개인의 사생활 노출을 극히 꺼리면서도 SNS에 개인적인 삶을 과감히 전시하거나 때로는 과장해서 드러내기도 하는 ‘피핑 톰(Peeping Tom)’ 심리가 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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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귀해진 시간
분초사회, 시성비 -
오늘날 경제는 ‘소유’의 가치보다 ‘경험’의 가치를 더 높게 여긴다. 예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 맛집, 핫플레이스 인증샷을 남기고 자랑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경험의 재료로서 시간을 바라보니 어쩐지 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지고 귀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도 주요한 자원으로 변모하면서 사람들은 시간의 가성비, ‘시(時)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시성비는 시간 대비 높은 성능과 만족감을 원하는 개인에게서 나온 키워드다.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나도 많아진 세상에서 이것들을 모두 누리기 위한 우리의 욕심은 시계를 더욱 촉박하게 돌아가게 만든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주말의 명화’를 즐기는 일상에서, 오감을 사로잡는 다양한 OTT 플랫폼이 넘쳐나는 일상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소화해야 하는 경험과 콘텐츠는 생성되고 있으며, 분, 초 단위로 움직이는 ‘분초사회’는 멈출 줄을 모른다. 시간의 밀도가 높아진 현대 플랫폼 경제 속 앞으로 시성비와 분초사회 키워드는 개인의 삶을 넘어 기업 경영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시간 관리에 대한 수요도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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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영향력은 흘러간다
돌봄경제 -
인간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개념인 ‘초개인화 사회’, ‘나노사회’, 1분 1초가 아쉬운 ‘분초사회’에선 이 돌봄의 시스템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여기서 ‘돌봄'의 의미는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른 사회적 약자들의 물리적 불편함을 보살펴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 제공, 재무관리, 정서 및 마음 치료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대된다. 돌봄이 경제적 이슈로 대두되는 이유는 결국 돌봄이 개인의 문제임과 동시에 조직과 사회의 건강과 경쟁력을 책임지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이고, ‘고령자’를 보살피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이 된다. 또 ‘직원’을 배려하면 ‘조직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된다. 돌봄을 단지 연민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온 것이다. 사람을 일으켜 세워 경제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서, 돌봄경제는 이제 엄청난 정책적, 산업적 파급효과를 가지는 현대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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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수진, 권정윤, 한다혜, 이준영, 이향은, 이혜원, 추예린, 전다현 | 미래의창)
『라이프트렌드 2024』
(김용섭 | 부키)
『2024 트렌드 모니터』
(최인수, 윤덕환, 채선애, 이진아 | 시크릿하우스)
『Z세대 트렌드 2024』
(대학내일20대연구소 | 위즈덤하우스)
『2024 문화 소비 트렌드』
(신형덕, 박지현, 박영은, 김도현, 임정기 |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