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1

이북 리더로 독서하기


저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두 번째로 독서를 떠올릴 만큼의, 나름 열정적인 독서가입니다. 한창 책을 많이 읽을 때는 이틀에 한 권씩 독파해 나가곤 했죠.
오늘은 그런 저의 독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물건이 하나 있어, 그것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오랜만에 웹진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글/사진. 디지털전산지원팀 김민서 계장

얼마 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힘입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바쁜 삶에 치여 책을 한동안 놓아두셨던 분들도, 누가 시키는 것 외에 독서를 전혀 하지 않았던 분들도 『채식주의자』나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책으로 독서를 시작하시는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저의 독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아이템은 바로, 이북 리더(E-book Reader)입니다. 때는 2021년, 저는 당근마켓에서 리디북스의 페이퍼 프로라는 기계를 아주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어느새 이 녀석과 함께한지도 햇수로 5년이 됐네요. 세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 독서의 절반 이상은 이북 리더와 함께한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주변에서 저 말고는 이북 리더를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요, 리더기 시장이 좀 커졌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 한 번 열심히 영업을 해 보겠습니다.

이북 리더의 특징

이북 리더의 가장 큰 특징은 E-ink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E-ink 디스플레이는 이름처럼 마치 잉크와 같은 입자의 위치를 전기장으로 조작하여 원하는 화면을 띄우는데요, 그에 따라 화면을 전환할 때만 전력이 소모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의 제 리더기처럼 귀여운 슬립 화면을 설정할 수 있죠.)
또한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와 다르게 E-ink 디스플레이는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외부 빛을 반사하여 우리 눈에 보이게 됩니다. 마치 진짜 종이에 적힌 글처럼요. 이북 리더로 책을 읽는 것이 진짜 책을 읽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경험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E-ink 디스플레이 덕분인 것이죠.

이북 리더, 당신에게 추천!

저는 이런 분들께 이북 리더 구입을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1. 첫 번째. 나는 자기 전에 누워서 편하게 책을 보고 싶다. ‘눕독'이라고 부르죠.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이 눕독에서 가지는 메리트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우선 가볍습니다. 일반적인 300페이지짜리 책이 약 500그램 전후라고 하는데요, 제 페이퍼 프로는 7.8인치의 리더기 치고 큰 화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250그램 정도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더 가벼운 제품들은 100그램대도 많죠. 눕독을 하다 보면 책 무게가 은근히 무겁게 느껴지거든요. 이북 리더를 사용하면 훨씬 가벼운 독서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을 끈 상태에서 눈에 무리가 덜 가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가끔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자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종이책을 읽으면 그럴 때 불을 끄러 가야 하는, 어마어마한 단점이 있는데요. 이북 리더로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불을 꺼두고 봐도 됩니다. 아니 아까 E-ink 디스플레이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면서 이게 무슨 소리냐, 싶으시죠? 네, 디스플레이가 빛을 내지는 않는데요, 대부분의 리더기는 프론트라이트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리더기가 디스플레이에 빛을 쏴 줍니다. 마치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죠. 물론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읽는게 눈에 엄청 좋지는 않겠지만요, 휴대폰이나 TV를 보는 것에 비해서는 눈에 무리가 아주 덜 갑니다. 근거는 제 느낌입니다.

  2. 두 번째. 종이책의 작은 글씨가 읽기 힘들 때가 있다. 특히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봐야 하는 우리 결제원 식구들의 눈, 참 고생이 많죠. 눈은 점점 나빠지는데, 종이책의 글자 크기는 항상 그대로입니다. 글자가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 싶죠. 그런데 전자책은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에서 글자 크기와 간격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3. 위 사진은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앱에서 글자 크기를 최대로 키운 결과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책이 소리지르는 수준이죠? 적당히 자기 눈에 맞는 글자 크기를 찾으면 정말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들 눈 건강 관리 잘 하자고요.

  4. 세 번째. 책을 주로 사서 보는 편인데 공간의 압박이 느껴진다. 저도 사실 종이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전자책이 편리하다고 해도 종이책을 가지는 것, 특히 책장에 꽂아 두는 것의 기쁨이 있거든요. 저는 아직 그것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해서, 소장하고 싶은 책들을 종이책으로 사곤 했는데요. 책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점점 이게 짐으로 느껴집니다.
    한 곳에 정착하여 거주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일 수 있으나, 좁은 방에서 자취를 하는 입장이라면 꽤나 골칫거리죠. 기껏 소장하겠다고 산 책을 이사하면서 처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럴 바에야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기능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전자책의 형태로 소장을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할 때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자책이 좀 더 우위에 있기도 하구요. 탄소 배출도 덜 할 것 같구요(확실하지는 않습니다).

  5. 마지막. 나는 이미 전자책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데 눈이 좀 아프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빛을 내지 않는 디스플레이가 주는 차이는 정말 큽니다. 게다가,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플리커링이라고 부르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화면이 끊임없이 깜빡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플리커링이 눈과 뇌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라 해도, 책 읽을 때 만큼은 OLED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북 리더, 이런 당신에게는 비추천합니다!

한참 좋은 점들만 설명했지만, 니 말 듣고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이거 왜 이러냐 하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기에, 이런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렵다, 도 한 번 써 보겠습니다.


  1. 첫 번째. 나는 답답한 걸 지독하게 못 참는다. 내 터치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기계를 이해할 수 없다. 이북 리더기는 느립니다. 최신형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모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을 선사해 줄 기계가 이북 리더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E-ink 디스플레이의 화면 전환 속도가 느려요. 거기다 어차피 책만 보는 기계니까, 좋은 칩셋을 넣지도 않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잠깐 제 페이퍼 프로의 구동 영상을 보고 가시죠.

  2. 물론 이 기계가 2017년에 출시된 제품이라는 건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즘 나오는 기계는 이 정도는 아니고, 꽤나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E-ink 디스플레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경험과는 아주 다를 겁니다. 그래도 동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챕터를 처음 시작할 때 로딩이 되고 나면 그 후로는 금방 넘어가기 때문에, 사실 읽을 만은 합니다. 하지만 만약 책을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걸 좋아하신다면,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속도 때문에 답답해서 기계로 다른 걸 못하니까 책 읽는 데만 집중할 수 있잖아? 완전 럭키금결이잖아? 라고 생각하면 되긴 합니다.

  3. 두 번째. 나는 기계를 막 다루는 편이다. 이북 리더 사용자들끼리 E-ink 디스플레이를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설탕액정‘. 여러 후기들을 종합해 보면, 특히 균일하지 않은 압력에 정말 약하다고 합니다. 또 이 E-ink 디스플레이의 단가가 비쌉니다. 이북 리더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액정이라고 합니다.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게 나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너무 슬프겠죠. 가방에 넣고 들고 다니려고 하시면 살짝 두툼한 파우치는 필수입니다. 그래도 파우치를 쓰면 괜찮아요. 저는 5년째 깨지지 않고 잘 쓰고 있습니다.

이북 리더, 뭘 살까요?

시중에 나와 있는 이북 리더는 크게 전용기와 범용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용기는 특정 플랫폼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그 플랫폼 회사에서 출시한 기기입니다. 대표적으로 리디북스에서 출시하는 페이퍼 시리즈가 있죠. 범용기는 흔히 아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처럼,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플랫폼을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대표적으로는 YES24에서 판매하는 크레마 시리즈, 교보문고의 SAM, 그리고 많이 사용하시는 ONYX라는 회사의 BOOX 시리즈가 있습니다. 리디북스 플랫폼을 이미 잘 사용하고 계신게 아니라면, 범용기 중에 하나를 골라서 사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를 쓰고 있다고 했잖아요? 저도 이 녀석을 그대로 쓰지 않구요, 누군가 만들어준 커스텀 펌웨어를 설치해서 범용기처럼 쓰고 있습니다.

이제 책을 읽어 봅시다.

비싼 돈 주고 이북 리더를 샀으니까 이제 책을 읽어야죠. 물론 전자책을 낱권으로 구매해서 보는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지만, 다른 방법도 많습니다. 먼저 밀리의 서재와 같은 구독형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원 독서과정 연수 프로그램으로 밀리의 서재를 이용할 수 있잖아요. 혹시 밀리의 서재가 보유하고 있는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구독 서비스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리디북스의 리디셀렉트, YES24의 북클럽, 교보문고의 SAM 서비스 등이 있으니 알아 보시고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전자도서관을 애용하고 있어요.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잖아요? 그것처럼 전자책도 도서관 서비스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빌려서 읽는 방법을 차근차근 한 번 설명해 볼게요.

  • 자, 먼저 전자도서관에 가입을 해 줘야 합니다. 많은 지자체들이 각자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니, 각자 거주하시는 지역의 전자도서관에 가입을 해 봅시다. 참고로 서울 시민분들은 서울시의 모든 구립 전자도서관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원도 전자도서관(ebook.kftc.or.kr)을 운영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시죠? 저는 이 정도 가입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대부분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그럼 이제 제가 빌리려고 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겠죠. 원래라면 일일이 모든 도서관에 접속해서 책이 있는지 검색해야겠지만, 어떤 분께서 전자도서관 통합검색 사이트를 만들어 주셔서 우리는 굉장한 수고를 덜 수 있게 됐습니다. www.okbari.net에 접속해 볼까요?

  • 제일 오른쪽 전자도서관 탭에서 우리가 가입해둔 전자도서관들을 검색해서 추가해 주고, 다시 첫 번째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검색창에 찾고 싶은 책을 입력하고, 우측 ‘내 도서관만’ 체크박스를 체크한 뒤 검색을 해 줍니다. 저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한 번 빌려보겠습니다.

  • 검색했더니 이렇게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모든 책이 결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도서관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하면 바로 해당 도서관의 해당 책 상세페이지로 이동되며, 로그인 후 대출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 대출이 완료됐습니다. 너무 간단하죠? 그럼 이제 이북 리더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어플을 열어주고, 도서를 대출한 도서관으로 이동해 로그인을 합니다. 내서재에 들어가 보면 아까 대출한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다운로드해서 보면 됩니다. (간단하게 썼지만, 이 과정이 가장 인내심을 요구하는 과정입니다. 꼭 이북 리더에서 하는 행동을 최소화하세요!)

이런 책 한 번 읽어보세요.

원래 제가 처음 구상했던 글은 여기까지였는데요, 커뮤니케이션실에 이북 리더로 독서하기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했더니 마지막에 책 추천을 곁들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약간 부끄럽기는 했지만, 역시 취향을 공유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거든요. 열심히 고민해서 세 권을 뽑아 봤습니다.

정세랑, 『피프티 피플』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상당히 독특한 세계를 그린 작품이었는데요,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소개하는 책 『피프티 피플』은 그런 판타지 느낌의 작품은 아니구요, 우리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50명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 전체의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고 짧은 단위로 끊겨 있어 술술 읽히는 편입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같은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추천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하루키를 참 좋아합니다.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많은 작품들이 메타포로 가득 차 소양이 부족한 저는 작가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다와다 요코의 『목욕탕』을 읽어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하루키의 책은 그냥 재밌습니다(요즘 말로는 순수재미 GOAT).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그가 그려내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가 독자를 금방 매료시킵니다.

책 추천 요청을 받고 하루키의 책 중 무얼 넣을까 고민하며, 이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봤는데요, 『색채가 없는...』이 하루키 소설의 특징을 잘 담고 있고 장편소설 중에서 짧은 편이라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정도를 읽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위에서 실컷 점잖은 척을 하긴 했지만, 사실 제 독서량의 절반 이상은 추리, 미스테리 소설일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유명한 작가인데요, 저는 이 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추리소설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 후 정말 수 없이 많은 추리 소설을 읽었지만 여전히 이 책이 최고입니다. 제게 독서 취미를 가지게 해 준 소중한 책이라,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니까요. 마음에 드셨다면 『호숫가 살인사건』도 읽어 보세요.

어느새 또 새로운 1년이 시작되었네요. 날이 갈수록 삶의 속도가 빨라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독서는 시간을 잠시 붙잡아 둘 수 있는 좋은 취미인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숏폼의 홍수로부터 벗어나, 책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