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롤랑가로스,
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글/사진. 전자결제사업팀 강석민 과장
4월 어느 날 우연히 얻게 된 롤랑가로스 결승전 티켓.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해 덜컥 프랑스로 떠났다. 흥미진진 치열한 대결과 마침내 목격한 짜릿한 승리까지, 2023년 롤랑가로스 결승전 그날의 추억을 꺼내본다.
롤랑가로스 결승전,
이건 놓칠 수 없지!
4월의 어느 날, 캐나다에 이민하신 절친한 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 니 잘지내고 있나? 나 티켓이 생겼는데 프랑스에 *롤랑가로스 결승 보러 갈 생각 있나?’
지인과 같이 가려고 예약했던 표인데 마침 그분이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분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다신 없을 좋은 기회였다. 나는 마치 로또에 당첨된 사람처럼 머리가 멍했다. 갑자기 인생에 너무 큰 행운이 찾아오면 이런 기분인 걸까?
답장을 보내기 전 항공권 가격을 슬쩍 알아보았다. 거의 200만 원 남짓 되는 금액이었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가격이 아닌데? 이 돈을 주고 가야 하나?’ 5분 정도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언제 나에게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생각해보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얼른 형에게 답장을 보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그러곤 서둘러 프랑스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롤랑가로스: 프랑스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로 윔블던, 호주 오픈, US 오픈과 더불어 4대 그랜드슬램 대회
붉은 코트 위
무르익는 경기
롤랑가로스는 보통 매년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열린다. 올해는 5월 28일부터 6월 11일까지 경기가 진행되었다. 첫날 남자 단식 1회전 경기가 시작되고 이후 1~4회전 경기에 승리한 선수들이 8강, 4강을 거쳐 결승에 오르게 된다. 즉, 128명의 선수 중 7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한 자만이 우승자가 될 수 있다.
경기장은 파리를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하는데, 서울로 생각하면 김포에 있다.
롤랑가로스의 상징은 바로 이 붉은색의 클레이(흙)코트라고 할 수 있다. 4대 그랜드슬램 중 오직 롤랑가로스만 클레이코트에서 경기를 치른다. (윔블던-잔디코트, 호주오픈 및 US오픈-하드코트). 테니스는 18세기 귀족들의 유흥수단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 귀족들이 푸른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잔디코트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9세기 말, 잔디를 기르고 관리해줘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처음 클레이코트를 도입되었으며, 붉은색 벽돌을 갈아 만든 분말로 바닥을 채워 만든다고 한다.
롤랑가로스의 스타는 바로 스페인 테니스 선수인 라파엘 나달이라 할 수 있다. 나달은 롤랑가로스에서만 14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기록을 두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테니스협회는 경기장 한쪽에 나달의 기념상까지 설치하였다. 유명한 페더러, 조코비치도 클레이코트에서는 나달에게 번번이 패배했었다고 하니, 오직 나달의 기념상만 만들어 둔 것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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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의 기념상 : 기념상 밑에는 나달이 우승한 연도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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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롤랑가로스는 아쉽게도 나달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지만, 조코비치, 알카라즈 등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참여하였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조코비치의 23번째 그랜드슬램 우승 달성 여부였다. 올해까지 라파엘 나달과 조코비치는 각자 22번씩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였었는데, 이번에 조코비치가 우승하게 되면 단독으로 23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 우승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출국 전까지 무사히 조코비치가 결승에 올라가길 기원하며 경기를 시청했다. 준결승에서 고비가 있었으나 다행히 이변 없이 조코비치가 결승에 진출하였고, 상대편 선수로는 노르웨이 출신의 캐스퍼 루드가 결승에 올랐다. 원하던 대진 결과에 안도하며 파리행 비행기에 올라 결승전 하루 전날인 6월 10일 파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꿈만 같던 결승전 경기장으로 향했다.
뜨거운 열기 가득,
드디어 경기장 입성
입장권을 보여주고 입구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결승전이 치러지는 필립 샤틀리에 건물이 나왔고, 그 옆으로는 기념사진을 찍는 곳과 경기장 밖에서 대형화면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된 야외 관람석이 보였다. 비록 내부경기장에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현지인이 야외관람석에서 대형스크린으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경기장뿐만 아닌 파리 곳곳에도 이렇게 대형스크린이 설치되어 하나의 축제처럼 많은 파리시민이 경기를 즐겼다고 한다.
경기시간에 임박해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좌석을 찾아 필립 샤틀리에 건물로 올라갔다. 아직 선수들이 입장하지 않았고 경기 전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경기 시작까지는 10분 정도 남아 아직 빈 좌석들이 일부 보였다. 하지만 조금 뒤 슬금슬금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이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인파로 가득한 필립 샤틀리에

결승전 입장권

인증사진 찍는 곳

야외관람석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던
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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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선수들이 입장했다. 노박 조코비치의 등장에 ‘노박! 노박!'을 연호하는 조코비치의 팬들과 나달 팬들의 야유가 뒤섞였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수라고 했던가? 나달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도 못했지만, 나달 팬들의 입장에서는 전인미답의 그랜드슬램 23승이 나달 몫이 아니라면, 조코비치 몫도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관중의 상당수는 스페인에서 온 나달의 팬들이었는데, 마침내 옆에도 건장한 스페인 친구들이 5~6명 앉았다. 내가 ‘노박! 노박!’을 외치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데, 그들 중 하나가 갑자기 나에게 누가 이겼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긴장한 티를 내지 않고 방긋 웃으며 캐스퍼 루드가 이기길 바란다고 답해주었다.
결승전의 관중들은 열정적이었다. 선수들의 놀라운 샷이 나올 때마다 환호했고, 실책이 나올 때마다 탄식을 쏟아냈다. 다만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는 만 오천 명의 관객이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했다. 관중들은 응원을 보내다가도 선수가 서브를 준비하면 ‘쉬이' 하면서 조용해졌다. 선수들의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특히 앞줄의 가족은 함께 감자칩을 먹고 있었는데 선수들의 플레이가 시작되면 입에 있는 감자칩을 씹지도 않고 그 포인트가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
열정 넘치는 노르웨이 응원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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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우승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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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조코비치가 노르웨이 선수를 압도하며 진행되었다. 세트스코어 2:0의 상황이 되니 (5세트 중 3세트를 가져오면 승리한다) 좀 더 경기를 오래 보고 싶은 관중들은 하나가 되어 상대 선수를 응원했다. 나 또한 캐스퍼 루드가 한 세트라도 가져가서 조금이나마 더 오래 이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었다. 허나 모두의 소망과는 달리 3:0으로 조코비치가 손쉽게 23번째 우승을 달성하게 되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시상을 위한 무대가 준비되었다. 많은 기자가 우승자의 세레머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왔고 이어서 심판, 볼 보이들이 입장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시상식 대부분이 불어로 진행되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조코비치의 고국인 세르비아의 국가가 흘러나왔는데, 많은 세르비아인들이 이를 따라 불렀다. 비록 애국가는 아니었지만,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우리나라 애국가가 그랜드슬램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길 바라보았다. 이후 조코비치가 무대에 등장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3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시상을 위한 무대가 준비되었다. 많은 기자가 우승자의 세레머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왔고 이어서 심판, 볼 보이들이 입장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시상식 대부분이 불어로 진행되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조코비치의 고국인 세르비아의 국가가 흘러나왔는데, 많은 세르비아인들이 이를 따라 불렀다. 비록 애국가는 아니었지만,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우리나라 애국가가 그랜드슬램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길 바라보았다. 이후 조코비치가 무대에 등장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3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시상식이 끝나갈 무렵…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한 컷
시상식이 끝난 후 나의 발걸음은 기념품 가게로 향하며 2023년도 롤랑가로스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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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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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돌아와 설레는 마음으로 언박싱한 기념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