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
글/사진. 인증인프라업무팀 박지수 과장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커피는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것’이었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동경 어린 마음으로 몰래 커피를 맛보곤 했던 나. 전문가도 아닌데, 커피에 대한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커피를 처음 접한 기억을 떠올려 봤다.
커피,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어른의 취향이 되기까지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시면 차분한 분위기 속에 늘 커피와 다과가 함께 있었다. ‘어른들은 모이면 커피를 마시는구나!’, ‘커피는 무슨 맛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스러워지고 싶었기에 엄마 아빠가 손님들 배웅하러 가신 사이, 찻잔에 남겨진 커피를 몰래 맛보곤 했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쌉싸름하고 고소한 단맛 그사이 어디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맛보다는 티타임이 주는 차분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더위사냥과 서울우유 삼각 팩 커피 우유로 어른 흉내만 내다가, 어느 날 집에서 어머니가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아메리카노를 드시는 걸 보고 같이 마시게 됐다. 처음부터 향과 맛을 음미하지는 못했지만, 쓴맛 뒤에 오는 매력적인 향과 맛에 매료되었다. 어쩌면 그때 드디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께 술을 배우면서 느꼈던 그런 감정이었을까...
어느덧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지금, 사진첩과 SNS에는 10년 넘게 찍어온 수백 장의 커피, 카페 인테리어, 원두, 커피 머신, 드립 커피(필터 커피) 기구 등의 사진이 도배되어 있다. 자격증도 없고 전문 지식도 없는데, 직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고민하면서 사진첩 스크롤을 내리던 중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서 먼저 소개해 보려 한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커피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다.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이 고급스럽고 특별할 것만 같은(비쌀 것 같은) 느낌이다 보니, 간혹 카페 마케팅을 위해 간판이나 창문에 붙여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커피 업계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가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 원두에 부여하는 일종의 등급이자 자격을 나타내는 용어다.
커피 열매가 자라는 지역의 기후, 고도, 토양 등에 따라 달라지는 고유의 특징을 살리고 균일한 품질을 유지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자격으로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브라질 등에서 엄격하게 관리해 생산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 카페’ 형태의 커피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원두 산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와 맛, 풍미를 까다롭게 중시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면 흔히 말하는 ‘아라비카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일까? 엄밀히 말하면 스페셜티 커피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원두의 등급이 아닌 품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아라비카 중에 생산지에 따라 특별히 선별된 원두만이 스페셜티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 원두는 생산된 국가뿐만 아니라 커피 열매를 수확한 후, 원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원두의 특징이 결정된다.
개인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에서 이러한 특징을 손님에게 신맛, 고소한 맛과 같은 단순한 선택지보다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비유로 선택지를 제공할수록 전문성과 신뢰감을 느끼는 편이다.
카페에서 기죽지 않고
스페셜티 커피를 골라보자
간혹 카페에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에티오피아 시다모’, ‘콜롬비아 수프리모’ 등 다양하고 긴 원두 이름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 간다면, 더욱더 다양하고 긴 이름을 가진 고가의 원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와인과 한우처럼 철저한 이력 관리를 해왔다는 정보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차분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자.
이름을 짓는 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국가, 지역, 농장 이름, 품종, 가공 방식 순으로 명명한다.
어디 가서 원두에 대해 아는 척하기 좋은 내용을 말하자면, ‘가공 방식’에 따른 명명법을 알려주고 싶다. 원두를 수확한 커피 체리(커피 열매를 이르는 말) 그대로 과육과 함께 건조하면 ‘내추럴(Natural)’, 과육을 제거하고 물에 넣어 발효 후 건조하면 ‘워시드(Washed)’, 과육을 조금 남겨 원두에 스며들게 하면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 허니 프로세스(Honey Process)’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허니’는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 지역의 코케라는 마을에서 허니 프로세스 방식으로 가공한 원두를 의미한다.
스페셜티 커피, 어디서 마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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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유명한 국가는 미국과 유럽, 호주다. 이러한 국가의 스페셜티 커피 애호가들은 단일 품종의 싱글 오리진 원두뿐만 아니라 각 원두의 특징을 고려하여 배합한 블렌딩 원두도 다양하게 즐긴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커피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기는 현상은 신기하게도 다양한 인종, 성 정체성 등을 존중해주는 나라일수록 발달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스페셜티 커피와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징을 연관 짓는 자료는 접하지 못했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수준 높은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누리고 있다. 해당 국가와 지역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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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시음 필수 지역
- 미국 시애틀, 캘리포니아
- 호주 멜버른
- 유럽(주로 북유럽)
- 일본
우리나라는 최근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 보난자커피’ 등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의 격전지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바리스타들의 카페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근처에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다면, 단골이 되어 다양한 맛을 비교해 보며 자신만의 취향을 알아가길 추천한다. 그날의 기분, 날씨, 입은 옷, 먹은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취향을 느끼는 재미가 있으니 다양한 원두를 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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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_리사르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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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_에스프레소
참고로 에스프레소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갔던 이탈리아는 생각보다 평범한 맛으로 느껴질 만큼 우리나라의 카페와 커피 종사자, 유통되는 커피 품질은 수준급인 것 같다. (다만, 이탈리아 도시 어디를 가도 느낄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에스프레소 품질과 지친 여행자에게 카푸치노 한 잔을 대접해 주는 여유는 정말 최고였다)
스페셜티 커피, 어떻게 마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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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원두라도 원두의 분쇄도, 물 온도, 추출 압력, 드리퍼의 모양 등에 따라 맛이 다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순간의 기분, 날씨, 공간 등 다양한 환경에 맞춰 마시고 싶은 방식으로 추출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원두는 매우 예민한 녀석이기 때문에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 핸드드립 도구와 같이 커피 한 잔을 추출하는데 사용하는 장비들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더의 경우 분쇄도 조절을 얼마나 미세하게 하느냐, 발열이 얼마나 나느냐에 따라 기능과 가격이 달라지고, 에스프레소 머신은 원하는 온도와 압력으로 얼마나 균일하게 추출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에스프레소 잘 내리는 방법을 수학적 모델로 연구한 논문도 꽤 있을 정도다)
핸드드립 도구는 초보자가 가정에서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지만, 원두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살리려면 원두를 담고 있는 드리퍼의 모양, 적합한 추출 방식과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추출하기 가장 어려운 도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나 하나하나 신경 쓰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마시면 그걸로 됐다. 지난번 멘토링에서 유익하게 배운 핸드드립 추출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
핸드드립 추출 방법
준비물 : 알맞게 분쇄된 원두(20g), 필터, 드리퍼, 서버, 드립 포트, 물(300~400ml),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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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과정
1) 종이필터를 드리퍼에 밀착하고 필터 전체를 뜨거운 물로 적셔주며(린싱) 드리퍼와 서버를 예열한다.
2) 분쇄된 원두를 넣고 평평하게 정돈한다.
3) 서버에 담긴 물을 버린다. - 뜸 들이기 : 드리퍼 가운데서 물줄기를 시작하여 바깥으로 6번 그리며 물(40ml)을 부어주고 30초간 기다린다.
- 1차 추출 : 드리퍼 가운데서 물줄기를 시작하여 바깥으로 원을 6번, 다시 같은 방향으로 바깥에서 안으로 6번 원을 그리며 130ml를 추출한다. (시계 방향으로 물줄기를 그린다)
- 같은 방법으로 2차 추출(80ml), 3차 추출(50ml)을 한다. 추출 시간은 총 1분 50초가 적당하다.
| 구분 | 뜸 들이기 | 1차 추출 | 2차 추출 | 3차 추출 |
|---|---|---|---|---|
| 물양 | 40ml | 130ml | 80ml | 50ml |
| 시간 | 30초 | 약 1분 20초 ~ 30초 | ||
커피 원두 추천 : 산미 적은 원두부터 매력적인 원두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신맛 나는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신맛이 나는 원두를 좋아하지 않았다. (레몬도 잘 안 먹는다) 하지만 우연히 신맛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고, 신맛도 다양하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에는 신맛이 특징인 원두들도 즐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아는 신맛 나는 커피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맛과 향을 단순히 ‘시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Fruity(과일 향), Herb(허브 향), Floral(꽃 향) 등 여러 가지 세밀한 표현이 있는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신맛으로 표현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원두를 다양하게 즐겨보길 추천하며 주로 즐기는 원두를 신맛이 적은 순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원두 추천 리스트 (산미 적은 순)
- 콰테말라 안티구아 계열 : 산미가 적고 묵직한 바디감과 단맛이 매력적이다. 처음 커피를 음미하면서 즐기는 입문자나 산미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추천한다.
- 콜롬비아 수프리모 계열 : 적당한 산미와 함께 가장 표준적인 맛을 느낄 수 있기에 무난하게 마시기 좋고, 커피의 기본을 느끼기에 좋은 원두라 생각한다.
- 케나 AA 계열 : 콜롬비아 원두보다 산미가 더 느껴지며, 과일의 상큼한 산미와 카카오·갈색 설탕 같은 달콤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으니 산미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면 시도해 보자.
- 코스타리카 따라주 계열 : 케냐 AA와 비슷하지만, 견과류의 고소한 너티(Nutty)한 맛이 더해져 있다. 와인 같은 향을 느낄 수 있으니 와인 향과 고소한 풍미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 은은한 과일 향과 기분 좋은 과일 신맛과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원두 같다.
- 에티오피아 시다모 : 비교적 가장 최근에 친해진 원두인데 복숭아·꿀·체리 같은 다양한 과일 향이 풍부하며, 부드러운 산미를 느낄 수 있다. 무겁고 텁텁한 느낌이 적어 깔끔한 맛과 향을 느끼고 싶은 날 즐기기 좋다.
좋아하는 커피(카페) 브랜드
회사 주변(역삼, 분당)에 소개하고 싶은 동네 카페가 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카페 중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 몇 군데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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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RABICA(퍼센트 아라비카) : 라테 맛집. 원두를 구매하면 그 자리에서 생두를 로스팅해준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를 오랫동안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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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eesarcoffee(리사르커피) : 국내 최초(추정) 에스프레소 바(Bar)로 다양한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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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루보틀 :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대표 주자, 다양한 원두를 접할 수 있어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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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벙커컴퍼니 : 새로운 메뉴를 자주 선보이며 다양한 커피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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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커피템플 : 김사홍 바리스타 챔피언이 운영하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카페로 맛과 분위기, 인테리어, 브랜딩 등이 잘 갖춰진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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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헤미안박이추커피 본점 :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알려진 박이추 선생님이 운영하는 강릉 카페. 클래식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는 늘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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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무사이로 : 약 20년의 역사가 있는 커피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카페. 다양한 원두를 접할 수 있고, 블렌딩한 원두로 유명하다. 고기리에도 지점이 있으니 분당센터 직원들은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카페가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카페를 운영한다는 상상을 하고 방문한 카페를 평가해 보곤 한다. 맛은 물론이고 인테리어 컨셉과 분위기, 커피잔, 시향 및 소개,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 등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보게 된다. 평소 자주 방문하는 카페가 있다면 나만의 기준으로 관찰해보는 것도 커피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커피를 즐기는 나만의 느낌을 이야기해봤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마시면 더 맛있으리라 생각하며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게 중요할까.
혼자 또는 누군가와 함께 커피를 마실 때, 그때 내 기분과 마음이 온전히 그 순간을 편안히 즐길 수 있다면 그게 가장 맛있는 커피라 생각한다는 허세를 보이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는 부끄러워서 먼저 커피 한잔하자고 말하진 못하지만, 나를 잘 모르더라도 함께 커피를 어울리자고 하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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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째 커피나무 키우기에 도전 중이다. 보통 커피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약 2~3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아직 커피 열매를 만나지는 못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