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1

독서, 그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쉬고 싶을 때 여러분은 어디를 찾으시나요?
저는 우리 원 도서실 다독다독이 떠오르는데요. 반면 다독다독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다독다독이 보다 많은 분들의 쉼터가 되도록, 그곳에서 언제나 직원들을 반겨주시는 오은자 도서실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이 인력개발팀(도서실) 오은자
인터뷰어 커뮤니케이션실 최연재 계장
  •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12년째 도서실 업무를 맡고 있는 오은자 도서실장입니다. 금융결제원 직원들에게 다독다독이라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어요.
  • 제가 인터뷰를 요청드린 것은 매월 다니신다는 북토크 얘기가 너무 흥미로워서였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북토크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말씀하신대로 북토크를 즐겨 다니고 있어요. 좋은 북토크가 많았는데···먼저 『하얼빈』 쓴 김훈 작가. 그의 소설처럼 담백한 말투와 겸손한 태도가 기억에 남고, 글을 쓸 때 부사와 형용사를 안 쓰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부사와 형용사로 글이 화려해질 수는 있지만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넣어서 장황하게 하거나 뜻을 모호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래』를 쓴 천명관 작가. 산적처럼 거친 표현을 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말씀도 잘하시고 감성이 섬세한 분이더라고요.
    김훈 작가 강연
  • 작가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김훈 작가처럼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도 있고 천명관 작가처럼 다른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최근에는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북토크에 갔더니 강의는 영 별로인 거예요. 반면 기대처럼 프로페셔널하게 강의를 잘하셨던 분들은 김영하, 김정운 작가예요. 시간 가는줄 모르고 듣고 왔어요. 김영하 작가는 말도 기가 막히게 해요.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에 있어 창의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묵직함으로 이뤄나가는 것이다.”라고 하더라고요. 듣고 보니 참 공감되는 말인 거예요. 김정운 작가는 쉴새 없이 웃겨줘서 북토크 내내 웃고만 왔어요. 유튜브에 강의 많으니 찾아서 꼭 보세요. “해보고 싶은 거 꼭 해라!”라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으면서 교훈도 주는 그런 강의였어요.
  • 김정운 작가의 조언에 따라, 실장님은 해보고 싶으신 게 있나요?
    해보고 싶은 거 있죠. 우선 머리 중간 아래로만 염색하는 거요. 예전에 어떤 직원이 그렇게 염색을 하고 온 걸 봤는데 반묶음을 할 때 숨겨져있던 영롱한 색이 보이는 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저도 그거 꼭 해보고 싶어요.
  • 그거 멋있죠. 올해 꼭 해서 보여주세요!

    “간접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
    그게 독서의 매력이죠.”

  • 다시 돌아가서, 도서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저자를 만나봤을 때의 즐거움도 궁금하고, 추천해주실 행사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요.
    책을 쓰게 된 배경과 뒷이야기를 들으며 남들이 모르는 번외편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어요. 소설을 읽다 생긴 궁금증을 직접 질문하여 그에 대한 답을 얻을 때의 만족감도 크고요. 하지만 대개는 질문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열심히 손 들어도 제 차례는 안 오더라고요. 책 읽는 분들이라서 얌전하실 줄 알았는데 질문 시간 되면 너도 나도 한다고 난리가 나요.

    추천할만한 행사는 무엇보다 사인회와 북토크예요. 강남도서관에서 매달 행사를 하니 미리 신청해서 꼭 가보세요. 매달 200명 선착순으로 받는 거라 주기적으로 홈페이지 들어가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해요. 그런데 가면 아주 좋아요. 퇴근 후 저녁 먹고 슬슬 도착하면, 먼저 오케스트라나 뮤지컬을 관람하고 이후에 작가 강의와 사인회를 진행해요. 7시쯤 시작해서 9시 정도에 끝나는 것 같아요.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도 행사를 많이 하니 그쪽으로 가셔도 되고요. 부지런하게 찾으면 무궁무진하답니다.
    • 2024 강남구 인문학 콘서트 현장
    • 김영하 작가 강연
  • 제가 생각하는 책의 매력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음'인 것 같아요. 무엇을 원하든 책으로 찾으면 다 있어요. 실장님이 생각하시는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책은 서재의 책장에서는 화려한 장식품이면서,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가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는 유용한 소지품이기도 하잖아요. 언제 어디서든 간접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김영하 작가가 “읽을 책을 사는게 아니라 산 책을 읽는 것이다.” 라고 한 것처럼 책은 우리가 읽어 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거기에 응할 뿐이죠.
  • 도서실장님의 책 추천을 받아보고 싶어요. 감명깊게 읽으신 책 한두 권 정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먼저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추천해요. 예전에는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는데, 스타벅스 카페 명칭의 유래가 된 유명한 스타벅 일등항해사와 에이해브 선장의 긴장감 넘치는 항해술과 고래 모비 딕을 잡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파멸, 그에 따른 여러 인간군상을 잘 그려낸 수작이에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도 추천하고 싶어요. 마술적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남미문학의 거두인 마르케스의 작품으로서 100년간 여러 세대를 넘나들면서 근현대에 수탈당했던 남미의 상황과 그에 따른 다양한 인물구도를 그려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에요.
  • 둘 다 굉장히 깊이 있는 책이네요. 꼭 읽어볼게요. 실장님 또 감명 깊게 읽으셨다고 한 책 있잖아요.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라는 책이요. 추천해주셔서 저도 감명 깊게 읽었어요.
    네, 맞아요. 그 책은 정말 한 자 한 자 그냥 못 넘기겠더라고요. 읽는 걸 넘어서 소장까지 하고 싶은 책은 오랜만이었어요. 제 나이여서 더 깊이 와닿고 감명 깊게 읽은 것도 같아요.
    유튜버 ‘밀라논나’ 장영숙 작가의 싸인
  • 실장님은 글을 써보실 생각을 한적은 없으신지요?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일기 등의 기록을 즐겨하진 않으신가요?
    30년동안 두 딸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없어요, 하하. 생각나는게 있으면 바로 말을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제가 쓰는 글의 99%는 일정 기록이에요. 누구랑 뭘 먹을까 하는 기록(웃음).
  • 의외예요. 글을 많이 쓰실 것 같고 책 써보실 생각도 하셨을 것 같았는데.
    에이, 대단한 작가가 지천에 널렸는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수 없지. 책 읽다가 감명 깊은 구절 있어도 손으로 쓰지는 않고 스마트폰으로 찍는다니까요.
  • 직원들이 책을 빌려가거나 구입 신청을 하는 것을 보면 직원들의 생각과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우리 직원들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전에는 인문학 책을 즐겨 읽는 직원들이 많았다면, 요즘 추세는 아무래도 재테크라고 할 수 있죠. 요즘은 오로지 재테크예요. 그런 점이 아쉽긴 해요. 재테크도 물론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그저 지식을 얻기 위한 거잖아요. 교양을 쌓고 감성을 기르기 위한 책 읽기도 중요한데···.
    독서가 획일화되니까 요즘 얘기하는 주제도 다 똑같아요. 요즘에는 다수가 하는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춰야 사회 생활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게 아닌데. 다양성이 줄어들고 사회가 삭막해진 거죠.

    “어려운 책보다는 재미있고 쉬운 책부터 시작해 보세요.
    추리소설도 좋고 그림책도 좋아요.”

  • 요즘은 대출횟수도 확실히 줄어들긴 했죠?
    그럼요. 예전에는 설, 추석 같은 연휴 전에 휴가는 당연히 못 쓰고 업무시간에 전혀 쉬지 못할 정도로 바빴어요. 다들 연휴 때 읽을 책 빌린다고 북적북적했죠. 요즘은 전혀 아니에요. 이북으로도 많이 읽겠지만 확실히 줄긴 했죠. 저는 책 냄새,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그 촉감이 너무 소중해요. 그런 게 참 좋은데 사람들이 그 매력을 잊어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 저도 책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많이 아쉽네요. 근데 최근에 말씀해주신 게, 한강 작가로 도서 열풍이 다시 불었다면서요. 저희 도서실에서도 한강 작가 책이 인기 많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대출 순위 확인해보면 1위부터 5위까지가 한강 작가 책이에요. 1위부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채식주의자』, 『여수의 사랑』. 6위가 되어야 다른 작가 책이 나오는데, 줄리언 반스의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예요.
  • 책에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직원들에게 어떻게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더하여 책만 펴면 졸립다면 어쩌죠?
    저는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책 좀 읽어보려고 한다면서 총균쇠, 사피엔스 같은 것으로 시작하지 마세요. 책을 읽으면 무릇 지식을 얻어야되지 않겠나 싶어서 그런 걸 많이들 집어가는데 재미도 없는 거 읽으면서 어떻게 흥미를 붙이려고 그러나 싶어요. 재밌는 책 읽으세요(웃음).
    저도 주로 흥미진진한 소설 읽어요. 그림이 예쁜 책도 좋아요. '애뽈'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는데 그 분이 낸 책도 그림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요. 저는 그거로 달력도 만들었잖아요. 이런 감성을 느끼는 게 1순위예요. 그리고 책만 펴면 졸립다고요? 에이 그럴 수가 있나. 마음가짐의 문제예요. 이 책을 읽어야겠단 생각을 해야지, 그 생각을 안 하니까 졸립죠.
  • 다독다독을 어떤 공간으로 꾸리고 있으며 조금 더 욕심내면 어떤 공간이 되길 희망하시나요?
    많은 친구들이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리고 있어요.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한번 쯤은 놀러와서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하루종일 직원들이랑 이야기 해요. 많은 분들이 편히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오세요.
  • 마지막으로 금융결제원 임직원분들께 해주고 싶으신 말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화나고 열받는 일이 있을 때 다독다독에 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주세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대나무 숲이랍니다. 꼭 무슨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배가 고프고 당이 떨어졌을 때도 찾아오세요. 언제든 열려있는 다독다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