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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양주(家釀酒)는 집 가, 빚을 양, 술 주라는 한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집에서 빚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즐겨 보는 관련 유튜브 채널은 ‘술익는집’, ‘남자의 취미’, ‘뮤트에잇’입니다. 양조 관련 지식을 알려준다기 보단 도파민 쪽에 치중된 채널이지만, 그렇기에 가양주 입문에 적절한 채널 같습니다.
찾아보던 중 분당센터 근처 수내역에 ‘한국술교육원’이라는 전통주 양조 교육센터가 있어 7~9월 12주 교육 과정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참을성이 부족했던 저는 인터넷을 통해 배운 얕은 지식을 이용해 수업을 듣기 전에 미리 술을 하나 빚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야 ‘수박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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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되기 위해 희생된 처참한 수박
가양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제가 올해 6월부터 새로 시작한 취미활동이 있는데요, 바로 ‘가양주 빚기’입니다. 접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인데,
약 2년간 유튜브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다가 기어코 직접 술을 빚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양주 빚는 법을 금융결제원 가족들에게 소개합니다!
당분은 곧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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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의외로 만들기가 쉽습니다. 효모(다른 말로 이스트. 빵 만들 때 쓰는 그 이스트 맞습니다)가 당분을 소모하면서 에탄올을 만드는데, 이게 바로 술입니다. 효모 중에 알코올 발효(특히 알코올을 많이 만드는 발효)를 하는 효모가 있는데, 이 효모를 당분과 잘 만나게 해주면 바로 술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수박 와인을 만들었던 6월은 이제 막 수박이 나오기 시작한 때였는데요, 당시 마트에 가면 수박 외에도 ‘당도 보장’ 과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12브릭스 보장 수박이 제 첫 희생양이 되었습니다.(나중에 알았지만 수박 수분이 너무 많아서 술을 만들기가 매우 힘듭니다···) -
3시간의 사투 결과 -
그럼 당분은 준비했으니, 효모가 필요한데요, 와인용 효모 중 가장 유명하면서 무난한 효모는 ‘EC-1118’입니다. 5g짜리 한 포가 2,000원을 살짝 넘는데, 이 정도 양이면 20L를 발효할 수 있습니다.
수박즙을 열심히 짜준 다음에, 충분한 알코올을 위해 설탕을 조금 더 넣어서 가당을 해줍니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지만, 당분을 중간에 끊지 않고 전부 알코올 발효시킨다면 보통 발효 원액 당도 브릭스의 절반 정도 도수가 나옵니다. 수박이 12브릭스라면 끝까지 발효했을 때 약 6도의 수박 와인이 완성되는 것이죠. 그런데 도수가 너무 낮으면 식초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도수를 더 높이기 위해 가당을 했습니다. 목표 도수 10도로 설탕을 더 넣고, 효모를 계량해서 넣어줍니다. 효모는 미지근한 물에 먼저 풀어 활성화해 준 다음에 발효 원액에 넣어줍니다! -
수박즙
EC-1118 효모 -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 발효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산소가 있을 때는 이산화탄소를 뿜으며 증식’하고, ‘산소가 없을 때는 이산화탄소를 뿜으며 알코올을 만든다’라고 정리 드릴 수 있습니다. 수박주를 담그고 몇 시간이 되지 않아 활성화된 효모들이 이산화탄소를 뿜뿜 뿜고 있습니다. 발효 초기에는 병 안에 산소가 남아 있으니 효모가 증식할 테고, 산소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가 병 안을 가득 채우면 본격적으로 알코올 발효를 시작할 겁니다. 이제 남은 일은 발효 공간의 온도를 25℃ 아래로 유지하는 일뿐입니다.
발효조로부터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고 이산화탄소는 빠져나가게 하는 에어락이 움직이지 않고, 발효조에 귀를 댔을 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발효가 끝난 것입니다. 이 술을 고운 거름망에 거르면 완성됩니다!
전통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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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조금 더 심화 과정인 전통주로 가보겠습니다. 전통주 하면 많은 분들이 막걸리와 소주를 떠올리실 텐데요, 먼저 막걸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과일의 경우 효모가 분해하기 편한 포도당 혹은 과당의 형태로 이미 당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중에 파는 효모만 넣어주면 간단하게 술이 됩니다. 전통주는 쌀이 주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쌀은 당분을 전분 형태인 탄수화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밀라아제’라고 불리는 ‘효소’입니다! (요즘에는 ‘아밀라이스’라고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이 아밀라아제와 효모를 모두 가진 발효 스타터가 바로 ‘누룩’입니다. 익은 쌀에 물과 누룩을 넣으면, 아밀라아제가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고, 동시에 당이 알코올로 발효되는 ‘동시당화발효’가 이루어집니다. -
직접 띄운 누룩. 일반 밀누룩과 이화주를 만들 때 쓰는 이화곡입니다 -
누룩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말씀드리고 싶지만, 글이 너무나도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막걸리로 돌아오면,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들 대부분은 와인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바로 ‘술을 여러 번에 걸쳐 빚는다’는 점인데요! 아까 효모에 대해 말씀드릴 때 ‘산소가 있으면 증식한다’고 했죠? 누룩에 효모가 있기는 하지만 시중에 파는 효모처럼 많은 양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효모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밑술’을 담그고, 효모가 충분히 늘어난 밑술에 쌀을 추가로 쪄서 넣는 ‘덧술’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하면 충분히 늘어난 효모가 덧술을 빠르게 발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술이 상하기 전에 안정적으로 발효를 마칠 수 있습니다. 술을 세 번 빚으면 삼양주, 두 번 빚으면 이양주, 한 번 빚으면 단양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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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을 담그기 위해 우선 멥쌀을 깨끗이 씻습니다. ‘백세미’라는 말이 있는데, 백 번 씻은 쌀이라는 의미입니다. 쌀뜨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쌀을 씻는데, 제가 50번까지 씻어봤는데 쌀뜨물은 계속 나옵니다···. 제가 듣는 클래스 선생님께서는 15번 정도 씻으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쌀을 씻을 때는 쌀이 깨지면 안 되니 절대 힘을 주지 말고, 한 방향으로 휘휘 저어주면서 쌀을 씻어줍니다. 그리고 물에 담가 냉장고에 넣어 3시간 정도 불려주고, 체에 1시간 가량 받쳐 물기를 빼줍니다. 그 뒤 쌀을 방앗간에 가져가서 ‘소금을 넣지 말고’ 빻아달라고 하면 쌀가루를 내려주십니다. 이 쌀가루를 집에 있는 국수 면 건지는 체에 걸러서 뭉친 곳이 없도록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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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불리기
쌀가루 -
밑술을 하는 방법은 크게 죽, 범벅, 백설기 세 가지가 있는데, 범벅을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물에 불리기 전’ 쌀 무게를 기준으로 2.5~3배의 끓는 물을 쌀가루에 부어줍니다. 식기 전에 바로 치대면서 쌀가루를 익히면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범벅이 되는데요, 이 범벅을 상온이 될 때까지 식혔다가 누룩을 넣고 치대줍니다. 이때 절대로 쌀을 선풍기로 식히면 안 됩니다! 밥을 밖에 오래 두면 쌀이 굳는 현상을 ‘노화’라고 하는데, 노화가 되면 전분질이 갇혀 효소를 넣어도 당화가 잘되지 않아 술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밑술을 25℃ 이하의 환경에서 잘 보관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끈적하던 범벅이 풀어지고 발효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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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벅 밑술 발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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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밑술을 담그고 3~7일 후에 덧술을 진행합니다. 덧술에는 우리가 보통 먹는 멥쌀이 아니라 찹쌀을 사용합니다. 멥쌀과 찹쌀의 차이와 결과물인 술의 차이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제가 수업을 들었던 ‘한국술교육원’ 전통주 클래스 수강을 추천합니다!
찹쌀도 마찬가지로 깨끗이 씻은 후 3시간 정도 물에 불리고 1시간 정도 물기를 빼줍니다. 이제는 가루를 내는 게 아니라 고두밥을 지을 건데, 찜기에 면보로 감싼 찹쌀을 넣고 40분 찌고 20분 뜸을 들이면 됩니다. 다 된 고두밥은 효모가 죽지 않도록 차갑게 식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선풍기로 식히면 안 됩니다. -
고두밥
자야 하는데··· 쌀이 안 식는다··· -
쌀이 다 식으면 효모 증식이 충분히 된 밑술과 쌀을 섞어줍니다. 이때 보통 깔끔한 맛을 위해 밑술을 거름망에 걸러서 나오는 물만 덧술과 섞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누룩취가 덜 나서 맛과 향이 훨씬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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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발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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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술 후 하루가 지나면 쌀이 물을 먹어 아주 뻑뻑해집니다. 이때 잘 소독한 도구로 한 번 휘저어준 다음, 다시 며칠을 기다리면 아래에 물이 생기고 쌀이 떠오릅니다.
여기까지 하면 이양주, 덧술을 한 번 더 진행하면 삼양주라고 합니다. 만약 삼양주를 하신다면 첫 번째 덧술의 쌀은 멥쌀로 사용해주세요!
사진을 보면 왼쪽 술은 쌀이 떠 있고, 오른쪽 술은 쌀이 대부분 가라앉아 있죠? 오른쪽 정도가 되면 발효가 다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제 이 술을 거르면 바로바로 막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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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자태의 막걸리 -
막걸리는 거른 뒤 바로 마실 수 있지만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콜드 에이징을 해주면 술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계속 놔두면 시중에 파는 막걸리처럼 아래에 쌀이 가라앉습니다. 아, 참! 이렇게 만든 가양주 막걸리는 도수가 15~19도에 이를 만큼 높으니, 취향에 따라 물을 타서 마셔야 훅 가지 않습니다ㅎㅎ
어서 와, 증류주 만들기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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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양조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증류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끓여서 기화시키고, 다시 냉각시켜 도수 높은 알코올을 뽑아낸 걸 증류주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아는 술 중에서 증류식 술로는 소주,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가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소주와 브랜디를 내려봤는데요, 소주는 소주용 막걸리를 따로 빚어서 증류했고, 브랜디는 직접 복숭아 와인을 만들어서 증류해 만들었습니다. -
복숭아 와인 -
증류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메탄올은 64.7도, 에탄올은 78.37도, 물은 100도의 끓는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술을 끓여 에탄올이 먼저 끓어 기화되면, 이를 다시 냉각해서 액화시키는 거죠. 이때 주의할 점은 술을 만들 때는 필연적으로 메탄올도 함께 생성되는데 메탄올은 많이 마시면 실명 등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곡물로 만든 술의 경우 원액의 1%, 과일로 만든 술의 경우 3~5% 정도 추출되었을 때 끊은 뒤 버립니다. 이것을 ‘초류컷’이라고 하는데요, 에탄올보다 끓는점이 낮은 메탄올의 성질을 이용해 걸러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증류한 맑고 투명한 증류주를 통틀어 ‘스피릿’이라고 부릅니다. 보리로 만든 술을 증류한 스피릿을 오크통에 숙성하면 위스키가 되고, 와인을 증류한 스피릿은 ‘오드비’라고 하는데, 이걸 오크통에 숙성하면 ‘브랜디’가 되는 것이죠. (쌀로 만든 술을 증류한 스피릿은 소주인데, 이걸 오크통에 숙성하면 ‘소주스키’가 되는 걸까요?)
지금 저희 집에는 지금 도수 60도의 소주와 38도의 복숭아 브랜디가 오크 숙성이 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마시기 위해 빠른 숙성을 하려고 오크 스틱을 사용했는데, 앞으로 만들 술은 가능하면 오크통에 숙성하려고 합니다. -
오크통 힘 빼기 중인 보드카
다른 술을 담으려고 빼던 중 다시 사진 찍어서 반쯤 차 있습니다. -
이렇게 제 취미인 가양주 빚기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간혹 ‘술을 마시다 마시다 못해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구나’라는 농담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보기보다 술을 빚는 게 술을 마시는 것보다 재미있고, 이렇게 만든 술을 주변 사람과 같이 즐기는 것이 매우 건전한(?) 취미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다니는 ‘한국술교육원’에서 10~12월 전통주 클래스 24기 수강생을 모집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원데이클래스도 있고 맥주 크루도 있으니 꼭 정규반이 아니더라도 가양주의 세계를 함께 즐겨 보세요! -
양조 노트
수박 와인 만들기
- 1. 당도가 충분한 수박을 구매한다.
- 2. 수박즙을 짠 뒤 식초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당히 가당한다.
*과일 당도 ½=술의 도수, 술의 도수가 너무 낮으면 식초가 될 위험이 높다. - 3. 와인용 효모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 활성화 해준 뒤 2에 넣는다.
- 4. 발효 공간의 온도를 25℃ 이하로 유지한다.
- 5. 에어락이 움직이지 않고 발효조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발효 완료.
- 6. 거름망에 거르면 수박 와인 완성!
증류주 만들기
- 1. 만들어진 술을 끓인다.
- 2. 원액의 1~5%가 추출되면 증류를 끊고 버린다.
*곡물주: 1% / 과일주 3~5% - 3. 이후 본류, 후류 과정을 거친다.
- 4. 증류된 술을 오크통에 일정 기간 숙성한다.
막걸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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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밑술 만들기
(1) 멥쌀을 깨끗이 씻은 뒤 물에 담가 냉장고에 넣어 3시간 불린다.
(2) 불린 쌀을 체에 1시간 받쳐 물기를 뺀다.
(3) 방앗간에 가져가 소금을 넣지 않고 빻는다.
(4) 물에 불리기 전 쌀 무게의 2.5~3배 가량의 끓는 물을 쌀가루에 붓는다.
(5) 식기 전에 바로 치대며 쌀가루를 식힌다.
(6) 25℃이하의 공간에 보관한다. -
2. 덧술하기
(1) 찹쌀을 깨끗이 씻은 뒤 밑술과 동일한 불리기, 물 빼기 과정을 거친다.
(2) 쌀을 면보로 감싸고 찜기에 넣어 40분 찌고 20분 뜸들인다.
(3) 밥을 차갑게 식힌다.
TIP. 선풍기 사용 금지!
(4) 식은 쌀과 밑술을 섞는다.
TIP. 이때 밑술을 한 번 거르면 향과 맛이 더 깔끔해진다. - 3. 하루 뒤 (4)를 한 번 휘젓는다.
- 4. 물과 쌀이 분리되면 발효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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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르면 막걸리 완성!
TIP.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두면 술이 부드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