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1

캔버스 v1.0: 디지털 드로잉


디지털 드로잉(Digital Drawing)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어딘가 낯설지만 생소한 개념은 아닙니다.
컴퓨터,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작업인데요,
저의 취미 중 하나인 디지털 드로잉을 가볍게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글과 사진. 오픈플랫폼개발팀 이수빈 계장

1. 취미의 시작

디지털 드로잉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펜 태블릿으로 필기하던 저는 할 일이 모두 끝나고 PDF 한쪽 구석에 낙서하다가 작은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그림 전용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손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그려 보면서 저의 디지털 드로잉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별다른 취미가 없어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질문하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던 제게는 반가운 첫걸음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주로 패턴이 반복되는 단순한 그림이나 하나의 사물을 그리며 저만의 표현 방식이나 펜 태블릿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쑥스럽지만 초기에 그렸던 그림 몇 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2. 나만의 캐릭터로 만든 달력

어느 정도 도구가 익숙해지고 제게 맞는 작업 방식을 찾은 뒤에는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는 간단한 모양으로 설정해 그리기 쉬운 틀을 만들고, 부수적인 요소들로 캐릭터를 꾸몄습니다. 이를 활용해 매달 달력을 그려 공유하기도 했었는데,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감사하게도 종종 사용해 주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달력 작업은 저의 첫 시리즈물이었는데요, 월별로 시기, 계절 또는 특징에 맞는 주제를 살려 다채롭게 그리면서 단순한 캐릭터에 달에 맞는 옷을 입혀 변주를 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특색이 없는 달에는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조차도 흥미로웠던 과정으로 느껴지네요. 이미 지나왔기 때문일까요😄

3. 그림 그리는 과정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그림 그리기 과정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1. 1. 영감 얻기
  2. 2. 표현 방식 고민하기
  3. 3. 대략적인 구도 그려두기
  4. 4. 적당한 색감과 방식으로 표현하기
  5. 5. 디테일 수정(무한 반복)

애정을 가지고 그릴 대상을 찾는 것이 중요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번이 가장 어렵습니다.

저에게 영감의 원천은 감각입니다. 음악, 풍경, 작품 등 보고 들으며 느끼는 모든 것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회화, 조형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고, 낯선 음악을 골라 들어보며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금기숙 작가님의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에 다녀왔습니다. 전시 관련 인터뷰에서 작가님은 거미줄 안에 맺힌 물방울 속 무지개를 보고 비즈를 끼우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인터뷰 속 이야기처럼 때로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무언가가 시작되곤 합니다. 저 역시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었던 크리스마스 리스를 보다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주말 오후에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펜을 들기도 했습니다. 일상은 저에게 좋은 소재가 될 때가 많답니다.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대상을 관찰하고, 되새기고, 탐색합니다. 실제라는 바탕에 상상이라는 허구를 더하며 대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실재하는 풍경을 캔버스로 옮겨오면 그 세계는 오롯이 그리는 사람의 몫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위 그림 예시_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을 더하며 그림을 완성하곤 합니다.

평소 그림을 그릴 때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 저만 알 수도 있지만, 제가 알기에 모르는 척 지나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사소하고 작은 부분들에 신경 썼을 때 그림의 완성도가 더 올라가기도 하고, 누군가가 알아봐 줄 때 뿌듯하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임랩스 동영상 몇 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프로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은 그림마다 타임랩스 동영상을 제공합니다. 전체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어서 그림을 그린 과정, 당시 사고의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영상을 보면 선을 몇 번이고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원하는 색감과 느낌이 나올 때까지 고치고, 칠합니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거듭된 수정이지만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4. 화면을 넘어, 매체의 확장

한편, 디지털 이미지로만 국한되지 않고 변신에 성공한 그림도 있습니다. 아래에서 두 그림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바닷속 풍경을 상상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와 가오리, 거품 등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을 출력하여 도안으로 활용했고, 아크릴판에 철 펜으로 작업해 무드등을 만들었습니다.

화면 속에만 존재하던 저의 창작물을 현실로 옮긴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아크릴판 특성상 복구가 불가해 실수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그림은 목련입니다. 우드버닝 체험을 할 기회가 생겨 도안을 그려 가서 나무 도마 위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드버닝은 나무의 표면을 달궈진 인두기나 전용 도구로 태워서 그림이나 글자를 새기는 예술 기법입니다. 인두 온도나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농담 표현이 가능하고, 나무의 결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처음 사용해 보는 도구였지만 몇 번 연습해 보고 나니 익숙해져 즐기면서 도안을 나무에 옮겼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탄생한 그림들은 꼭 화면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고, 표현하기에 따라 실체화되기도 합니다. 이런 유연함 역시 디지털 드로잉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5. 그림의 묘미

그림의 흥미로운 점은 같은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창작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대상의 어떤 지점에 주목하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림은 내가 보는 세계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저조차도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모르지만, 손이 가고 생각이 닿는 대로 그리다 보면 어느새 캔버스가 채워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완성본을 보다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데요,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게 된 것에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해서 더욱 다채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아끼는 취미에 대한 짧은 소개였습니다.
혹시 일상의 소란을 뒤로하고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분이 계신다면, 오늘 펜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