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제주도,
여행 말고 한 달 살기

글/사진. 조민경 IT혁신추진팀 과장

인생의 흐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가끔 한 템포 쉬어가는 순간을 맞이한다. 연수, 휴직, 그리고 퇴직. 모든 것이 익숙한 내 바운더리를 벗어나 모든 것이 낯선 새로운 곳으로의 공간 이동, ‘한달살기’의 매력에 빠져볼 수 있는 기회다. 육아 휴직 중 무작정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단둘이 떠났던 제주도 한달살기, 그 여정과 추억을 공유한다.

언제 갈까?

시기를 결정하는 데 단연코 중요한 요소는 날씨다. 사실 제주의 매력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1년 내내 따뜻하고, 계절별 매력이 뚜렷한 날씨 아닐까? 한달살기를 위한 성수기는 1년 내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그나마 비수기일까? 반전은 오히려 학교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학생들이 폭증하는 여름과 겨울 시즌이 극성수기라는 점! 결론은 방학, 연휴 등 관광객이나 한달살기 인파가 몰리는 시기를 피해 내 일정이 가장 여유로운 시점을 고르면 된다.

거주 환경 고르기

  • 대중교통 이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자동차 이용이 필수인 제주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자동차 렌트, 그리고 배를 통해 내 차를 제주로 이동시키는 탁송, 두 가지다. 비용, 보험 등 어떤 포인트에서 비교해도 탁송이 완승의 선택. 대략 3~4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가능한데, 처음이라면 가격을 비교하여 고르기보다 국내 1위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날씨로 인한 결항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 좀 더 안정적인 대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전기차 소유주라면 더더욱 좋다. (현지 택시기사님 정보에 의하면) 제주는 전기차 지원에 적극적이어서 개인 주택에까지 충전소를 마련해주는 정도라, 충전소 찾기가 어렵지 않다. 휘발유 차량이라 해도 최근엔 육지와의 기름값 격차가 많이 줄어든 추세니, 이러나저러나 자동차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은 살 집을 고를 차례. 크게 타운하우스, 농가주택, 빌라 형태가 있으며 농가주택은 시골의, 빌라는 도시의 거주형태라 했을 때 타운하우스는 그 중간쯤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깔끔한 생활공간 및 타운 형태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단독주택의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타운하우스가 당연히 가장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빌라는 제주살이의 참맛을 백 퍼센트 느끼기에는 부족하나 익숙한 거주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농가주택은 시골살이를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어서 나 역시 귤밭에 둘러싸인 농가주택을 선택했다. 다만 22년 9월 태풍 힌남노를 피해 주택 안으로 역습한 귀뚜라미 떼에 때아닌 고역을 치러야 했다. 사실 습한 기후로 인해 제주 전역은 벌레에서 자유롭기 힘든데, 보통 돈벌레와 바퀴벌레의 출현 빈도가 높으니 벌레에 포비아가 있는 사람이라면 농가주택은 피하는 편이 좋다. 농가주택 외에도 숙소에 미리 벌레에 대해 문의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 귤밭을 끼고 있던 농가주택 숙소. 돌아올 때쯤엔 귤이 노랗게 익었더랬다.

크게 동서남북의 구역으로 나뉘는 제주의 지역 단위를 고려, 가고자 하는 곳이 주로 몰린 지역에 숙소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혹여 가족 중 노약자가 있다면 대형 병원이나 편의 시설이 모여 있는 제주시에 숙소를 잡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내 경우 아기의 소아과 방문, 응급 상황 등을 고려했고 특히, 매주 주말 짧은 방문 후 돌아가야 할 남편을 생각, 공항까지의 소요 시간도 체크했다.

비용은 최소 백만 원 중후반부터 몇백에 이르기까지 그 편차가 크니, 사실상 준비에 가장 큰 시간과 공이 들어가는 포인트가 바로 숙소 정하기 아닐까 싶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검색을 통하면 많은 기경험자들이 준비물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참고하여 준비하되, 완벽하고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제주 내의 마트와 다이소를 조합하면 못 구하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차량을 탁송한다면 모든 짐은 차에 실어 이동시킨다. 당근마켓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져가기에 부피나 가격이 부담되는 종류는 제주를 들고나는 사람들이 당근을 통해 사고팔며 대물림한다. 나는 농가주택에서 쓸 바비큐 그릴을 당근마켓을 통해 구하고 마지막 날 되팔고 왔다(같은 이유로 당근 내 인기품목이었다). 사실 ‘준비물’은 가장 짧게 쓰고 싶은 부분이다. 내 경우 유아와 함께이기에 급하게 구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물건(유모차, 젖병, 분유 등)들 때문에 짐이 많아졌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저 몸도 마음도 가볍게, 훌쩍 떠났다가 훌쩍 돌아오는 것이 한달살기의 진정한 의미 아닐까 싶다.

제주에서의 생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주는 환상적인 곳이다. 마트, 시장, 현지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 천지다. 가장 쉽게 근처의 마트만 가도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농수축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바지락술찜을 즐겨 먹는 우리 가족은 이제껏 봐왔던 바지락 중 가장 깨끗하고 큰 바지락을 제주마트에서 만났다. 흑돼지의 본고장답게 돼지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트도 괜찮고, 동네에서 소문난 정육점 한 곳만 뚫어놓으면 한 달 내내 우리 집이 바로 흑돈가가 될 수 있다.

당근마켓표 바비큐 그릴과 제주마트표 돼지고기의 환상적인 조화

하지만 제주에서까지 세끼를 해 먹으며 집안일에 매몰되기엔 너무 아쉽다. 대부분의 한달살기러들은 비용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한다. 더더군다나 맛집의 보고인 제주이기에! 특히나 로컬식당 찾기에 주력하다 보면 숨은 보석 찾기도 가능하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대부분의 제주 로컬식당들은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한 끼도 허투루 먹지 않으려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사전 영업시간 확인은 필수다. 제주시에 위치한 ‘엘코테’는 제주의 식재료로 코스가 구성되는 파인다이닝인데, 이처럼 제주 느낌이 물씬 나는 곳들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제주 인근 바다에서 낚시 등으로 직접 잡은 자연산 생선을 소수의 손님에게만 제공하는 오마카세 컨셉도 유행이다. 아 . 역시나 먹는 이야기가 나오니 한달살기에서 벗어난 맛집 소개글이 되어버렸다 .

즐길 거리

여행이었다면 시간에 쫓겨 일정과 동선을 따져보며 방문했을 수많은 휴양림을 한달살기 중에는 뒷동산 가듯 갈 수 있다. 그것도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여유 있는 우도 방문도 노려봄 직하다. 우도에서의 해수욕까지 가능하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구좌나 세화 같은 북동쪽 해변에 가보자. 조개를 주울 수 있는 비밀 스팟이 있다. 운이 좋으면 문어가 잡히기도 한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초등생 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방문해 볼 만한 박물관, 과학관 시설도 많다. 제주의 맘카페나 느영나영 카페에 가입하면 넘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제주에서 가장 깨끗한 양들이 있다고 해서 방문한 바램목장&카페. 소문은 진짜였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져 방문했던 관음사.

  • 가볍게 가볼 만한 숨은 명소, 서부농업기술센터

추억 남기는 걸 좋아한다면 스냅을 맡겨보자. 결과물이 좋은 곳들은 경쟁이 치열하니 예약은 필수다. 1년 중 언제라도 동백, 유채, 수국, 억새 등 계절별 제주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배경에서 추억 남기기가 가능하다. 시즌에 맞춰 물때에 따라 바다에서의 촬영을 도전해본다면 육지의 어느 바다와 비교해도 차별화되는 제주 바다에서의 한 컷을 남길 수 있다.

어렵게 물 때 맞춰 남긴 제주의 바다.

국내라는 편안함과 국내 같지 않은 분위기를 동시에 가진 제주다. 대략적인 밑그림을 써 내려갔지만 어떠한 색깔을 칠하냐는 각자의 몫이다. 누구의 그림이든, 결과물은 아름다우리라 자신한다. 내가 그렸던 제주 한달살기 그림의 순간들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