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1

신혼여행을
카자흐스탄으로
가게 된 건에 대하여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조상님 감사합니다.!
저도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됐습니다.)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겹치고 겹쳐 저는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고, 결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길고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결혼 준비 과정은 뒤로 남겨두고,
결혼 준비의 성대한 피날레,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과 사진. 카드시스템운영팀 정태호 과장
출처 : andbeyond.com

거길 왜 가요? : 청첩장을 나눠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보통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여행지는 많지 않죠. 모리셔스, 칸쿤과 같은 휴양지나, 영국, 프랑스와 같은 유럽 등이 그곳인데요. 그래서 청첩장을 나눠주는 자리에서 나오는 여행지를 묻는 질문에서 흔히 기대하는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흔한 결혼 축하 자리의 대화)
  • A : 와 축하드려요!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 B : 감사해요! 저 #$& 가요!
  • A : 와 진짜 좋겠다! 잘 다녀오세요!
(저의 경우)
  • A : 와 축하드려요!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 나 : 감사해요! 저 카자흐스탄 가요!
  • A :
    1. 1. 거길 왜 가요?
    2. 2. 거기 위험한 곳 아니에요?
    3. 3. 거기 네가 골랐지?(???)
다시 한 번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나눠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저희가 신혼여행지를 결정하게 된 과정은 바로...!

어쩌다 거기로 가게 됐는지 감도 안 와 : 카자흐스탄, 신혼여행지가 되다

나만의 길을 찾아 (출처 : threads.com/@ai_patissier)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여행지로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았던 곳’을 가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갔던 여행지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아이슬란드이고, 튀르키예, 몽골(지금처럼 인기가 많기 전에 갔어요), 남미 등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아쉽게 취소하긴 했지만 인도행 비행기도 끊었었구요. 그래서 위의 3번 반응이 나왔을 때, 아주 그럴법한 추론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정답은 아니었습니다.(두둥)

저는 처음 아내와 신혼여행지에 대해 의논을 시작할 때, 오히려 휴양지 같은 평범한 곳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제 아내의 생각은 달랐죠. 오히려 휴양지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중요), 처음에 멕시코를(칸쿤 아닌 본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멕시코는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지만, 이내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제 아내는 휴가를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혼여행 때조차 휴가를 길게 낼 수 없었고, 저희의 선택지는 휴가 5일과 앞뒤 주말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직항이 없고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야만 도달할 수 있었던 멕시코는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제외됐죠. 휴양지도 안되고, 먼 곳도 안 되는 초유의 상황. 저희는 모든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제가 평소에 가고 싶었던 위시리스트를 공유하기에 이릅니다.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파타고니아, 갈라파고스... 이중에 편도 8시간이 넘어가는 곳은 볼 것도 없이 반려 당했는데요, 그 와중에 결재권자의 눈을 사로잡은 선택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카자흐스탄이죠.

카자흐스탄은 생각보다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편도 6시간이면 도착하고, 심지어는 직항도 있었죠. 게다가 (아마도) 휴양지도 아닐 테니 우리의 조건에 딱 맞는 곳을 찾은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여행하기에 적합한 곳인지를 알아보는 과정이 필수였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대한 인식은 보통 이렇죠.

  • - 먼 곳(어디야?)
  • - 위험한 곳
  • - 고생할 것 같은 곳

인터넷에 ”카자흐스탄“을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 “여자 혼자 카자흐스탄 여행했습니다”라는 것이 위쪽에 나올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고 잘 알지 못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이럴 때 아내의 J 성향이 빛을 발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조금 더 찾아보더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냉큼 카자흐스탄 여행 가이드북을 구입한 건데요, 그 책에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카자흐스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주었습니다.

  • - 매우 안전하고
  • - 볼거리가 많고
  • - 먹거리도 다양하고 저렴해서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 바로 카자흐스탄이라구요.

가보자고(출처 : blog.naver.com/0000o0o)

저희는 이런 말을 그냥 한 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저는 애초에 P였기 때문에 더 생각도 안 한 건 안 비밀) 곧 결재권자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고, 그렇게 저희의 신혼여행지는 카자흐스탄이 되었습니다.


저도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카자흐스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저도 카자흐스탄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신혼여행을 가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었는데요.ㅎㅎ 그리고 여행 첫날까지도(!) 제 준비는 이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역시 직접 부딪혀보는게 제일이죠.👍

고기먹고, 고기먹고, 고기먹고 : 음식과 물가

샤슬릭
모든 음식점마다 있는 조미료 쿠르트(극강의 짠맛나는 돌).
색깔도 다양하다.

스테이크

카자흐스탄은 나라가 큰 만큼 목축업이 발달해서, 고기가 굉장히 흔해요. 와! 스테이크 신발보다 싸다! 게다가 빵, 과일같은 식료품도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그야말로 먹방의 천국이었죠. 단, 입맛에 잘 맞는다면요.ㅎㅎ 음식은 주변국의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조지아식, 러시아식, 카자흐스탄식, 미국식, 일식, 중식 등등 고르자면 끝도 없었어요! 물론 한식당도 많아요ㅎㅎ 저희는 국내에서 주로 접하기 어려운 카자흐스탄 전통음식과 조지아 음식을 주로 선택했습니다. 실제 카자흐스탄 음식은 모든 식당에서 빵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들이 빵과 곁들일 수 있도록 짜고 자극적인 편이었는데요. 처음 며칠 동안 이걸 모르고 갔다가 물 한 병을 원샷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라 안에서 석유가 나기 때문에, 교통비도 굉장히 저렴합니다. 택시 30분을 타면 3천 원입니다. 덕분에 도보 10분 이상은 모두 택시로 해결했어요. 먹고 산책하고 택시 타고, 먹고 둘러보고 택시 타고!

이 시점에 생각나는 팁이 하나 더 있는데요, 카자흐스탄은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입니다. 그래서 외국과의 무역이 쉽지 않은데요, 자연스럽게 수입물가는 정말 비쌉니다. 흔한 쇼핑몰에서 나이키 운동화 하나가 30만 원(!!)인 것을 보고 혼비백산해서 도망쳐나왔답니다ㅎㅎ

몽골과 튀르키예, 그 사이 어딘가 : 문화

카자흐스탄에 도착해서 얼마간 지내본 후 바로 들었던 생각은, “정말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표지판부터도 카자흐어, 러시아어, 영어가 함께 써 있습니다. 사람도 러시아 계통, 아시아 계통, 이슬람 계통 등 여러 인종이 뒤섞여 있습니다. 저희도 식당에 들어갔을 때 전혀 외국인처럼 보이지 않았는지, 저희가 난처해하기 전까지는 카자흐어로 말을 걸어왔어요.

카자흐스탄은 위치가 예전 실크로드의 중간이어서인지 유목민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몽골 사막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게르’와 비슷한 형태의 이동식 천막가옥인 ‘유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 유르트를 관광 상품화한 키링 등을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음식에 기본 빵을 곁들여 먹는 문화는 튀르키예와 흡사하다고 느꼈답니다.(심지어 터키의 명물 카이막도 있어요!)

몽골의 명물 푸르공, 여기도 있다

머니 벨트 집에 두고 오세요 : 치안

나라의 전반적인 치안은 굉장히 좋습니다. 가장 큰 도시인 알마티에서는 밤 12시에도 남녀 가릴 것 없이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요. 다만, 여기서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편의점”에서는 현행법 상 밤 10시 이후 주류 구입이 불가합니다. 처음에 이런 점을 모르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 맥주코너를 배회하는데, 편의점 사장님이 저희를 제지하시더군요. 편맥은 꼭 10시 이전에!

위에 말씀드린 점들만 보더라도 여행지로는 정말 제격이지 않나요? 한국에서 가깝기도 하고, 음식이나 교통도 굉장히 저렴하죠. 이제 여기에 즐길 거리를 곁들인...

호수 안에 우리나라 4번 퐁당퐁당 : 이건 마치 대륙의 스케일

카자흐스탄 시장 분들은 모두 정리정돈의 신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알마티는 원래 “사과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사과의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다 다르답니다. 실제로 도시 곳곳에서 사과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과 상징물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알마티는 사과뿐만 아니라 배, 살구, 포도, 블루베리, ... 정말 과일 천국입니다. 그래서 먹어본 사과는 어땠냐구요? 한국인들의 과일 개량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우리나라 사과 중에 맛있기로 중상급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이제 대구를 알마티로 개명합시다. 근데 다른 과일들도 다 맛있어요♥

흔한_도시_풍경.jpg

톈산산맥의 유명한 차른캐년. 그랜드캐년 못지않은 웅장함

카자흐스탄은 동쪽으로 중국의 톈산산맥과 맞닿아있습니다. 이 산맥은 최고 높이가 7,439m에 이르는 아주 높은 산맥인데요. 그러다 보니 정상 부근에 만년설이 있는 산이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에서 바로 이 동남쪽 끝에 위치한 도시에요. 그래서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만년설이 쌓여있는 산을 볼 수 있답니다. 실제로 알마티의 호텔에서도 씨티뷰보다 마운틴뷰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었어요. 또 알마티에서 톈산산맥에 위치한 빅알마티 호수까지도 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4월인데 눈보라쳐요

1시간 반 걸려서 도착한 기쁨의 댄스

자두 + 하트 복숭아 = 빅알마티호수

말이 나온 김에 빅알마티 호수에 대해 조금만 더 말해보자면, 이 호수는 해발 2,511m에 위치한 빙하호수입니다. 저희는 입구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려 호수까지 다녀왔는데요, 정말 과장 없이 1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내내 입구부터 오르막만 올라가고 나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내가 꼽은 카자흐스탄의 여행지 1순위가 바로 빅알마티 호수일 만큼 즐거운 액티비티와 절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어요. 빅알마티 호수에는 4월에도 눈보라가 쳐요 (소곤소곤)

카자흐스탄은 무척이나 넓은 나라인데, 동남쪽 끝에 있는 알마티만 보고 오기엔 조금 아쉽죠. 저희는 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인 악타우로 이동했습니다. 국내선임에도 비행기로만 편도로 3시간이 걸리는 긴 거리였지만, 악타우에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가 골랐던 것은 바로 카스피해와 보즈지라입니다.

카스피...호수?

카스피해는 이름이 바다이지만 실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호수에요. 그 면적도 어마어마해서 우리나라의 무려 4배입니다. 여러 나라의 국경을 겸하다 보니 배도 많이 다니고, 천연가스 같은 지하자원도 풍부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에메랄드빛 물에 정말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수평선을 볼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호숫가에서는 파도도 끊임없이 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약간 현실로 돌아오자면, 물가에 알 수 없는 거품이 너무나 많이 끼어있어 보기에는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안84였다면 발이라도 담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함께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보즈지라는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워 현지투어를 이용해서 다녀온 곳이었는데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회암 대협곡입니다. 고대에는 바다였으나 지금은 물이 없고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절벽과 절벽 너머의 산처럼 솟아있는(사실 남아있다는 것에 가까운) 곳인데, 마치 화성에 온 것처럼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대자연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무너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 절벽 중간중간 있었는데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절벽에 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지만 저희는 무서워서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만 봤습니다ㅎㅎ 한국이나 카자흐스탄이나 안전이 제일이죠!

※ 사진 클릭 시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카자흐스탄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과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지금까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르다고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제 작은 바람이었어요☺️ 아니, 카자흐스탄이 아니라 제 모습이 다른거라고요? 연락 주세요. 우리 좀 더 친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