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2

와인은 핑계고 사람이 좋았습니다


와린이에서 WSET 수험생까지
진심이 되어버린 와인 생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경험하며 한 뼘씩 스며들다가,
자격증 공부까지 시작하게 된 저의 취미생활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글. 조직관리팀 홍종현 과장

Vivino라는 어플리케이션에 마신 와인을 기록한 지 8년이 흘렀고, 어느덧 600병이 넘는 와인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8년 동안 600병이면 1주일에 최소 한 병 이상은 마신 꼴이니 와인이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있겠으나, 아직도 와린이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느 소믈리에는 1,000병을 지났을 즈음 와인이 뭔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 바닥 참 겸손해야 하는 바닥입니다.

비비노 화면 캡쳐

한편으로 이렇게 허들이 있다 보니, 와인만큼 ‘꺼드럭대기’ 좋은 취미도 없습니다. 소믈리에보다 잘 알 필요도 없습니다. 제 앞에 있는 사람보다만 잘 알면 충분히 꺼드럭댈 수 있습니다.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와인을 처음 경험한 순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기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조금씩 경험하며 한 뼘씩 스며들었나 봅니다. 이렇게 스며들다가 자격증 공부까지 시작하게 된 저의 취미생활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와인을 시작하며

와인이라는 술이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사악한 가격도 문제지만, 알아야 할 내용이 너무나 많습니다. 수많은 소믈리에와 수입사 직원들은 와인은 어려운 술이 아니라고 홍보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의 표현 방법이라는 게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합니다. 포도로 만들었는데, 망고, 딸기, 버섯, 담배 등 냄새가 난다고 하기 시작해서 나중엔 쥐 오줌, 마구간 냄새라는 표현까지 나오니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와인을 공부할 때 유튜브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와인 유튜버 구독 목록
와인킹 팝업에서 와인킹과 함께

유튜버가 소개해주는 와인을 따라 사서 마시고, 유튜버가 하는 표현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와인쟁이’들이 하는 표현을 많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쥐 오줌 냄새는 뭔지 모릅니다. 와인킹이라는 유튜버는 팝업을 자주 열어서 직접 만나볼 수도 있었습니다.

유튜버가 소개해주는 와인을 따라 사서 마시고, 유튜버가 하는 표현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와인쟁이’들이 하는 표현을 많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쥐 오줌 냄새는 뭔지 모릅니다.


와인킹 팝업에서 와인킹과 함께

와인킹이라는 유튜버는 팝업을 자주 열어서 직접 만나볼 수도 있었습니다.

와인 구매

와인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 다양한 품종과 산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많은 와인을 구매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 마시면 ‘텅장’을 면치 못합니다. 8년째 와인 쇼핑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눈탱이’를 맞았습니다. 수입사 직원이 “다시는 보기 힘든 가격”이라며 열을 내며 홍보하길래 여러 병 구매했는데, 그렇게 높은 가격을 다신 볼 수 없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떼루아 와인아울렛 전경
춘천 주류마켓 입장 사진

와인구매는 김포의 떼루아 아울렛, 일산의 라빈리커스토어, 춘천 주류마켓, 코스트코, 이마트 정도면 가격이나 다양성 면에서 충분합니다.

와인 고르는 사진
떼루아 와인장터 줄서기에서 티켓 획득

와인 구매 팁이라고 한다면, 무조건 할인하는 품목만 구매합니다. 심지어 할인 품목 사이에도 지뢰가 숨어있기 때문에, 상시가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100% ‘눈탱이’라고 보면 됩니다. 와인 판매처에서는 대부분 상하반기 연 2회 와인 장터라는 걸 엽니다. 장터 기간에는 많은 품목을 할인하기도 하지만, “줄서기”라는 한정판매 와인도 있습니다. 고가의 “줄서기” 와인은 할인을 잘 받으면 상시가 보다 3~40만 원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줄서기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반차를 소진했습니다.

와인 구매 팁이라고 한다면, 무조건 할인하는 품목만 구매합니다. 심지어 할인 품목 사이에도 지뢰가 숨어있기 때문에, 상시가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100% ‘눈탱이’라고 보면 됩니다.


떼루아 와인장터 줄서기에서 티켓 획득

와인 판매처에서는 대부분 상하반기 연 2회 와인 장터라는 걸 엽니다. 장터 기간에는 많은 품목을 할인하기도 하지만, “줄서기”라는 한정판매 와인도 있습니다. 고가의 “줄서기” 와인은 할인을 잘 받으면 상시가 보다 3~40만 원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줄서기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반차를 소진했습니다.

셀러 구입

와인은 장터 기간에 무더기로 사기 때문에 보관 대책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숙성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와인을 데리고 ‘존버’하려면 와인셀 러가 무조건 필요합니다.
와인 카페에서 와인셀러를 추천해달라고 글을 올리면 “TV와 와인셀러는 거거익선이 진리다”라는 답변만 줄줄이 달립니다.

셀러사진

저도 처음에는 12구짜리로 시작했으나, 친구한테 줘버리고 50구짜리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그것조차 부족해서 84구짜리를 추가로 들였습니다. 와인을 이만큼 쌓아놓으면, 내 기분 상태가 어떻든, 저녁 메뉴가 뭐든, 상황에 따라 꺼내 마실 와인이 반드시 있습니다. 하루 일과에 우울한 일이 있었다면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쩌는 와인’들도 잔뜩 모아놓았습니다. 실제로 어느 인사 시즌에는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샴페인으로 자축하고,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레드 와인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날, 샴페인을 마셨습니다.

WSET 도전

와인은 마시면 마실수록 모르는 게 많아집니다. 각 산지의 마을 이름도 외워야 하고, 같은 포도라도 어디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요즘의 저는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라기보다, 와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와인아카데미에 입장하는 사진
와인아카데미에서 시음하는 사진

그래서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와인아카데미 주말반을 등록하고 WSET 와인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있는데, 1단계를 건너뛰고 2단계를 수강했습니다.

다양한 품종을 시음하며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맛과 향에 대한 개념을 더할 수 있었고, 품종에 따라 산지와 양조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7월 31일 금요일에 시험을 쳤는데, 발표까지 3~4개월이나 걸려서 아직 결과는 모릅니다. 다행히 합격 여부를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알코올에 뇌가 절여져 공부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난이도가 그렇게 높진 않았습니다. 2단계를 도전해 보니 탄력이 붙어 이 기세로 3단계까지 달려 볼까 생각 중입니다.

최애 와인 & 아지트

1도 안 궁금하시겠지만, 저의 최애 와인을 소개해 봅니다.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라는 와인입니다. 물론 더 맛있고 감동을 주는 와인도 많았지만 그나마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는 가장 훌륭합니다.

Mas la Plana 구매 사진

마스 라 플라나는 스페인의 토레스(Torres)라는 와이너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1979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에서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보르도 와인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검은 전설”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은 프랑스에서만 나온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 와인이 그 고정관념을 깨버린 셈입니다. 상시가는 10만 원을 상회하지만, 할인행사를 할 때 8만 원대로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저렴한 Mas La Plana를 만난다면 제발 제보 부탁드립니다.

르 글라스 사진

역삼 시절 저의 아지트는 영화 와인 셀러였는데 명동에서는 아직 아지트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탐험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르 글라스라는 압구정에 있는 와인바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와인을 잔술로 판매합니다. “소믈리에 셀렉션”이라는 3만 원짜리 메뉴를 시키면, 소믈리에가 취향을 묻고 알아서 2잔의 와인을 골라서 들고 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취향을 말씀드리지 않고 블라인드로 2잔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면 즉석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남아공 와인을 가져오는 등 ‘변태 블라인드’에 많이 당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와인 덕후들의 놀이터입니다.

와인모임

와인모임 사진1
와인모임 사진2

친구들하고도 와인을 자주 먹지만, 우리 원에도 제가 와인을 즐기는 걸 아시는 분이 많아서 모임을 종종 합니다.

만나보면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만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며 결국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건 소주와 같습니다. 결국 와인은 모임을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모임을 하며 셀러가 비어갔지만, 결국 사람으로 다 채웠습니다. 맛있었던 와인을 떠올리면 같이 마신 사람도 함께 떠오릅니다.

와인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혼술도 가끔 합니다만, 그래도 같이 마실 때가 더 맛있습니다.

글솜씨가 부족하여 사보를 글을 쓸 생각에 부담이 컸습니다.
이제 홀가분하게 와인이나 한 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