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1

말도 안 되는 중국 여행
해발 5,000m 청두


한국을 대표하는 산. 한라산 1,947m. 백두산 2,744m.
그 둘을 합쳐도 모자란 높이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입사하고 매년 중국에 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목적지는 쓰촨성 청두예요.
솔직히 말하면 "중국? 상하이, 홍콩 정도가 전부 아니야??" 하는 반응부터 나오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 편견, 이번 여행에서 꽤 많이 깨졌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온 청두의 숨은 얼굴을 하나씩 꺼내볼게요.

글과 사진. DevOps기술팀 김태헌 계장

근데 청두가 어디예요.. 왜 가요?

  • 계장님 5월에 휴가 내셨던데 어디로 가세요?
    저 중국 청두로 다녀오려구요!
  • 칭따오요? 요즘 많이 가더라고요!!
    아 칭따오 아니고.. 청두라고.. 갑니다 ㅎㅎ
  • 거긴 뭐 있어요...? 왜 가요..?

사실은 갑자기 대학 동기가 올린 카톡 하나에, 그리고 뒤이어 올라오는 메시지에 갑자기 흥미가 생겼습니다.

여행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청두였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알고 보니 흔히 듣던 쓰촨성의 성도가 청두였습니다!
- 자연 : 등산, 판다
- 역사 : 삼국지의 도시
- 음식 : 사천요리

5,000미터 쓰구냥산 등산

하루 만에 오르는 산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는 쓰구냥산(四姑娘山) 등반이었습니다. 최종 목표는 해발 5,000m.

다만 5,000m를 하루에 밀어붙이는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고산지대는 몸이 서서히 적응해야 해서, 고도를 조금씩 올리며 2박 3일에 걸쳐 정상에 다가가는 일정이었어요.
한국에서부터 고산병 약을 매일 먹으면서 몸을 적응시켜야 해요.

첫날은 버스로 해발 3,000m까지 올라가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 이게 진짜 여행이구나" 싶었어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일행은 전부 중국인이었습니다. 베이징과 시안에서 온 도전적이고 멋있는 친구들, 그리고 청두에 사는 소수민족 가이드분들. 생각보다 영어도 많이 알지 못해서,
위챗(Wechat)을 깔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대화했습니다. 그러다 막히면 서로 짧은 영어를 꺼내 자랑하듯 이어 붙이고요.

어딜 가도 한국어가 들리는 요즘 여행지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아직 산에 발도 안 디뎠는데 벌써 재미있었어요.

청두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벗어나니까 완전 자연뿐인 풍경이 드러났습니다!
이름 모를 휴게소에서 돼지고기(아마도... 제발) 꼬치도 먹으면서 풍경을 감상하며 올라갔습니다.

해발 3,000m의 호텔

첫날 밤은 3,000m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이 높이에 호텔이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어요. 점심도 청두의 유-우명한 사천요리로 즐겼습니다.

저녁에는 서류 한 장을 받았습니다. 동의서였어요. 요약하자면 "이 여행이 위험하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다"는 내용.(살짝 겁나긴 했어요) 거기에 서명하고, 이어서 다음 날 일정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살면서 중국어를 이렇게 많이 써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또, 고산에서의 불편한 점이 체온을 잃을 수 있어 샤워도 절대 금지라고 하더라고요... 이날부터 3일 동안 씻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진짜 등산의 시작, 4,000m를 향해

이날부터 본격적인 등산이었습니다.

출발 전 안내는 큰 가방 하나, 작은 가방 하나를 챙기라는 것. 큰 가방은 말에 실어 올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엔 말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오르고 나니 그런 여유가 사라지더군요. 그저 말아 고마워, 미안해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두 시간쯤 걸으니, 고도의 무게가 슬슬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 만했어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올라갔는데, 그 풍경이 정말이지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멋졌습니다. (다행히 곰은 없었습니다 ㅎㅎ)

내 짐을 들어주는...

그리고 중국인 친구들이 한국인을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정말로 저희 말고는 한국인을 한 명도 못 봤거든요. 밥을 먹다 말고 처음 본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누군가 카메라를 냅다 꺼내면 다 같이 몰려들고, 먹을 것도 스스럼없이 나눠주고. 소문으로만 듣던 중국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저,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4,000m, 그리고 세 명

해발 4,000m 높이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오고 나니 다들 체력이 너무 부족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습니다..
심지어 한 명은 고산병 증상이 너무 심하다고 하여, 결국 다음 날 정상 등반은 셋이서 가기로 했습니다.

정상에서 중국인 친구들이랑

출발은 새벽 5시. 일찍 자두라는 말을 듣고 식사 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5시, 5,000m를 향해

각자에게 담당 가이드가 한 명씩 붙었습니다. 제 담당은 티베트족 아저씨였는데, 정말 친절한 분이었어요. 비록 서로 말은 안 통해서 저는 항상 ‘팅부똥(잘 몰라요..)’이랑 오케이만 계속했습니다 ㅎㅎ

아저씨가 준 지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만년설이 아직 녹지 않아 굉장히 춥다며 패딩을 무조건 두 겹 입을 것. 그리고 당을 보충할 수 있는 콜라, 에너지바 같은 걸 무조건 챙길 것.

둘째, 힘들면 무조건 말하기. 끝에는 줄로 끌어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5,000m 등반이 시작됐습니다.

열 번쯤은 돌아갈까 생각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열 번은 내려갈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고산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몸으로 배웠습니다. 평지였다면 10분이면 갔을 거리를 세 번은 멈춰 쉬면서 올랐습니다. 숨이 차서 도저히 이어 걸을 수가 없었거든요.

가이드 아저씨는 눈이 덮여있는 경로를 올라갈 때는 제 몸에 밧줄을 감아, 썰매 끌듯 저를 끌어 올려주셨습니다.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어요.

끌어주시는 가이드 아저씨

정상

그 힘든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5,000m 정상이 보였습니다. 눈 때문에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정상만은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5,038m 정상!
정상!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가이드분께 완등 메달도 받았습니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같이 올라간 중국인 친구들도 생겼어요! 연락도 가끔 하면서 올해 10월에는 한국에 온다고 해서 한국의 매운맛도 한번 보여주기로 했습니다ㅎㅎ

산에서 내려와, 청두

5,000m를 찍고 내려오니 시내가 딴 세상 같았습니다. 남은 며칠은 이제 진짜 청두를 즐길 일만 남았었어요!

  • 사천요리

    쓰촨에 왔으니 안 먹고 갈 수 없죠. 매운 걸 굉장히 어려워하는 저도 마라 강도가 생각보다 견딜 만했습니다! 마파두부의 원조도 여기 청두에 있었습니다!!

  • 판다 기지

    청두 하면 판다. 오전 일찍 가야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서둘렀습니다. 너어무 커서 정말 다 둘러보지도 못하고 유명한 몇몇 판다의 대나무 먹방만 계속 지켜봤던 것 같아요 ㅎ

    대나무 먹방
  • 삼국지의 흔적

    무후사와 진리 거리를 걸었습니다. 무후사는 제갈공명을 기리는 사당인데, 삼국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는 얼굴이 너무 많은 반가운 곳들이더라고요.

    무후사

    무후사 옆에는 ‘진리거리’라는 시장도 있는데 여기서 토끼 머리 요리도... 먹어보았습니다 ㅎㅎ
    (사진은 너무 적나라해서 간판 사진으로 대체할게요)

돌아와서의 후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이제까지 다녀온 그 어느 여행보다 기억에 남았습니다.

누군가가 중국에 대한 여행, 그리고 특별한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제가 설득하고 싶어요. 이 기록이 누군가의 다음 여행지 후보에 슬쩍 끼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