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C LIFE 2

‘세’상 ‘부’러운 게 없었던
‘세부’ 여행기


프리다이빙을 좋아하는 저에게
세부는 몇 번을 찾아도 늘 설레는 여행지입니다.
이번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과
해파리가 남긴 잊지 못할 상처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글. 비서실 박은송 비서

1. 여행의 시작_ 택시 아저씨와의 심리전

인천공항 출발
공항택시

이번 여행은 퇴근하자마자 공항을 향해 밤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라 시작부터 빡빡했습니다. 피곤하긴 했지만, 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여행가지롱!! 하는 작은 승리감에 행복해졌습니다. ^-^

세부남터 티켓창구
세부남터 전경

비행기 지연까지 겹치면서 새벽 2시쯤 세부 공항에 도착했고, 바로 세부 남부터미널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님이 다짜고짜 5,000페소에 오슬롭까지 데려다주겠다며 권유했습니다.

가격도 너무 비쌌지만, “지금 버스는 없다”, “늦게 도착하면 고래상어를 못 본다”는 말로 계속 겁을 주더라고요..! 새벽이라 너무 피곤해서 순간 그냥 탈까 고민도 했지만,
괜히 오기가 생겼습니다.

‘내가 한두 번 온 것도 아닌데.. 나 지금 HOXY 쉽게보이나...?’ 싶은 마음에 계속된 영업은 정중히 거절하고, 돈도 아낄 겸 원래 계획대로 버스를 타고 오슬롭으로 향했습니다.
(택시 5,000페소, 버스 3명 879페소 > 약 10만 원의 차이가 남)

2. 오슬롭_ 오슬롭부터 시작된 해파리와의 전쟁

버스시계
티켓

아시나요? 세부 버스는 정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ㅎ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승객이 가득 차야만 출발하는 기적의 시스템 덕분에, 3시 버스는 3시 반이 훌쩍 넘어서야
출발했습니다.

“내가 축제에 왔나?”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버스 안은 현지인들의 만남의 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매번 다르겠지만 저희는 파워E BUS에 탑승한 거죠 하하..

제 바로 옆자리 앉아계신(언제, 왜 앉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분을 주축으로 완벽한 수다 파티였습니다! 그렇게 승객과 정으로 가득 찬 만원 버스에서 3시간을 달린 끝에
마침내 오슬롭에 도착했습니다.

오슬롭현지가이드
고래상어배

배가 부르면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고래상어들 덕분에, 저희는 도착하자마자 현장에서 가이드 한 분을 빠르게 섭외하고 대기표를 받았습니다. 원래는 대기가 길기로
유명한데, 운 좋게도 30분 만에 바다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치열한 순서 싸움 속에서 빠르게 입수를 성공시켜 준 걸 보면, 저희 가이드분이 오슬롭 실세였던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ㅎ

고래상어

입 크기는 성인 남성만 하지만 목구멍은 사람 손보다 작은, 거대하면서도 신비로운 고래상어는, 원래는 만나기 어려운 해양생물이지만, 오슬롭 바다에서 맛있는 새우젓과 플랑크톤을 먹으러 매일 출석하고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못 보고 돌아설 수도 있기에 긴장했지만, 다행히 저희는 무려 7~8마리의 고래상어와 만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화<모아나>의 주인공이 된 듯 웅장하면서도 귀여운 고래상어와 함께 수영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해파리쏘인직후

하지만 행복한 수영을 즐기던 중, 몸 군데군데가 찌릿하고 따가웠습니다. ‘물벼룩인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요. 바다에서 나오고 가이드님이 저를 급하게 데려가서 식초를 뿌려주며 말했습니다. “HAePaRi,,☆ ,,,괜찮아,,괜찮아,,, 비뉘거,,,괜찮아...☆”

‘아,, 이게 해파리구나,,’ “어,,,?,,,, 이거 안 괜찮아.. SIR 이거 안 괜찮아 ..!!”

3. 캐녀닝_ 내 도파민과 도가니를 바꾼 3시간

캐녀닝가는중
캐녀닝동의서

전날 현지 투어로 신청해 둔 캐녀닝을 위해 아침 7시부터 부지런히 출발했습니다. 야무지게 당 보충까지 마치고 1시간쯤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죠. 하지만 인포메이션에서 맞이한 건 다름 아닌 “몸과 생명(?)에 무슨 일이 생겨도 탓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습니다. 두둥 ‘근데 뭐 무슨일 있겠어~?’

짚라인을 타고 시원하게 폭포로 향할 때만 해도 신이 났었습니다만 그 뒤로 2~3시간 동안 폭포에서 떨어지고 기어가는 극기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감히 몰랐습니다...

캐녀닝
캐녀닝점프
발로차

캐녀닝은 4m, 6m, 8m 높이의 폭포에서 다이빙하고, 바위를 미끄럼틀 삼아 타고 내려오는 극강의 액티비티였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과 모여 다 같이 움직였는데, 자꾸 모르는 사람을 차서 떨어뜨리라고 하길래 네, 기꺼이 응했습니다. “응 알렉스 I‘m not crazy girl 알지?” 뻥~

캐녀닝2
폭포

하지만 제 겸손한 체력 때문에 마지막 1시간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버텨내야 했습니다. 도움받고 싶어도 바위가 가득한 산에서는 걷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고, 꾸역꾸역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저와 친구들을 위해 가이드(알렉스)는 just 10 minutes을 열심히 불러주었고, 이날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외친 두 문장은 “알렉스 나 힘들어”, “알렉스 거짓말쟁이”였습니다.

돌아가는길

무사히 캐녀닝을 마무리하고 모알보알로 돌아가 거북이를 구경하는 일정이었는데요, 일행을 기다리는 겸, 성태우에 오르자마자 모두 기절했습니다.. 혹시라도 캐녀닝에 도전해 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하루라도 젊은 오늘 당장 다녀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왜냐면 저는 이날 캐녀닝에 제 다리를 두고 왔거든요....ㅎ

4. 거북이의 섬 모알보알

모알보알 거북이

‘모알보알’은 필리핀어로 ‘거북이 섬’인데요, 이름만큼이나 거북이와 물고기가 가득해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해변입니다 ㅎㅎ 캐녀닝을 마친 후 현지 가이드를 구해 바다로 들어갔는데, 요즘 수온이 올라 해파리가 늘고 거북이가 줄었다는 소식에 조금 걱정했지만, 다행히 바닷속은 웅장한 정어리 떼와 거북이로 가득했습니다.

다만 즐거움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깊이 잠수할수록 잘 보이지 않는 해파리와 물벼룩에 무참히 쏘이고 말았거든요. 해파리에 쏘이면 열, 수포, 붓기, 통증이 따라오고 잘 가라앉지도 않고 흉터도 잘 사라지지 않아 정말 위험한데, 얕은 곳에서 수영하던 친구들과 달리 저 혼자 이 친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해파리에 쏘이게 되면 절대 손으로 문질러서는 안 되고, 카드나 바닷물로 남은 촉수를 가볍게 긁어내고 전용 약품을 발라주는 게 좋습니다! 다행히 혹시 몰라 한국에서 미리 챙겨간 항생제와 연고를 바로 바른 덕에, 생각보다 증상이 악화되지 않고 잘 넘어갔습니다.

해파리쏘임

세부에서 프리다이빙하며 해파리에 쏘여본 건 처음이라, 앞으로는 바다를 즐기더라도 안전에 더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비록 얼얼한 상처는 남았지만, 귀여운 거북이와 맞바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모알보알 수영
모알보알 노을

5. 날루수안 & 힐루뚱안_포카리스웨트 촬영장에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배를 타고 30분 정도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날루수안’과 ‘힐루뚱안’ 섬입니다. 다음에 세부에 온다면 이 섬에서만 하루 온전히 묵고 싶을 정도로, 티 없이 맑은 바다와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가득한 곳이었어요.

세부 하면 <세부 옥택연> 같은 대형 호핑투어가 대표적이지만,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셔터를 내려버리는 저로서는 딱 일행과 가이드만 함께하는 프라이빗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운전사님과 담당 가이드, 보조분까지 3분과 함께 먼저 날루수안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물빛에 감격했습니다..! 세부에서 본 바다 중 제일 투명해서 다음엔 꼭 이 섬 호텔에서 1박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드디어 다이빙 포인트에 입수했는데, 정해진 구역 안에 정말 많은 물고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참치 이런 애들은 뱃속에 넣어야만 이쁘잖아요? 수영할 때 만나면 조금 무섭단 말이에요ㅠ 근데 진짜 이쁜 물고기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심지어 물벼룩도 여기엔 없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건 사료통을 들고 수영할 때였어요.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처럼 물고기들이 저를 졸졸 따라오는데 너무 귀여운 거예요!! 정어리 같은 애들은 생긴 건 엄하게 생겨서 가까이 가기만 하면 도망가기 바쁜데, 이렇게 이쁜 물고기들이랑 헤엄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수영하다가 우연히 해삼을 발견했습니다. 조물조물 가지고 노는데, 다들 기겁하며 아무도 안 만지려고 하더라고요. (그 맛에 실컷 괴롭혔습니다 풉) 아니 이렇게 귀엽고 맛있는(?) 해삼을 왜 안 만져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 주고 나서 바다 한가운데 멋지게 뻗어있는 길을 따라 배로 돌아왔습니다. 든든하게 간식타임을 즐기며, 이제 다음 목적지인 힐루뚱안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줄낚시TIME
어릴 때 가족여행에서 살짝 맛만 본 정도라 솔직히 흥미 없었는데, ‘하라니까 일단 해보자’하고 영혼 없이 줄을 던졌는데요, 그랬는데요!

웬걸, 저 혼자 4마리나 낚았어요!!!!! 팽팽한 줄 끝에 미끼를 물었을 때 그 ‘팽’하는 감각, 그리고 확 잡아채야 놓치지 않는다는 손맛을 완벽하게 알아버렸습니다.
큰일났어요.. 제가 아주 알아버려도 제대로 알아버렸어요.

힐루뚱안은 날루수안보다 훨씬 수심이 깊어 프리다이빙하기 딱 좋은 바다였습니다. 속으로 깊게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프리다이빙은 버디(동반자)없이 깊이 들어가면 안 되는 스포츠라 적당히 안전하게 다이빙을 즐겼습니다.

확실히 수심이 깊다보니 물고기다운(?) 큼지막하고 다양한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중간에 사람을 무는 물고기도 있어서 가이드님 안내에 따라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ㅎ

이렇게 세상 부러울 것 없었던 저의 세부 여행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말 재밌기도 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생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요, 제가 느꼈던 즐거움이 여러분께도 기분 좋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ㅎㅎ